서울교통공사 제3노조인 ‘올바른노조’가 최근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을 향해 “당신들은 약자가 아니다. 약자인 척 가면을 썼을 뿐”이라고 직격했다. 올바른노조는 지난 2021년 ‘노조 정치화’에 반대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축이 돼 결성한 노동조합이다.
올바른노조는 27일 발표한 전장연 불법시위 재개 규탄 성명에서 “당신들의 불법시위로 비명을 지르며 신음하는 무고한 시민과 지하철 직원이 진짜 약자”라며 이같이 말했다. 성명은 올리버 웬델 홈즈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의 ‘내가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타인의 코앞에서 끝난다’는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는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앞서 전장연은 올해 9월 25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마지막으로 시위를 한 후 약 2개월 만인 지난 20일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전장연은 “지난 9월 윤석열 정부가 2024년 예산을 편성할 때 장애인 이동권이 반영된 예산을 요구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결국 윤 대통령의 반성은 속임수와 시간 끌기였고,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중증장애인을 이용해 사회적 약자 정치적 쇼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달 24일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찰은 퇴거불응,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박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반려했다. 구체적인 반려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26일 오전 0시 33분경 석방됐다.
노조는 전장연에 “법 제정을 요구할 거면 당신들부터 정당하게 법을 준수하라”며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일상을 존중하는 법부터 먼저 새겨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철도안전법을 깡그리 무시하는 당신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시민 안전은 나날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전장연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면서 벌이는 시위로 시민의 이동권이 제한되고 있다며 “당신들의 시위는 수도권 혈관을 틀어막아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선량한 시민을 볼모로 잡는 불법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왜 자꾸 지하철에서 당신들의 권리를 찾으려 하는가”라며 “서울교통공사는 당신들이 요구하는 장애인 권리 입법이나 예산 쟁취에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도 했다.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한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출근길 대중교통을 막는 행위는 타인의 생존권을 부정하는 ‘사회적 테러’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올해 1월에도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 불가예측적인 손해와 손실을 보는 시민들이 사회적 약자”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이 시위를 재개함에 따라 21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최고 수준의 강경 대응책을 발표했다. 공사의 3단계 대응책은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 ▲모든 불법행위에 법적 조치를 골자로 한다. 공사에 따르면 전장연 시위로 인한 열차 지연시간은 총 86시간 33분, 공사가 입은 손실액은 약 7억8000만 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