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파트는 대부분이 설계 시공부터 벽식구조입니다. 기둥식 구조에 비해 공사원가를 줄이고 분양가를 낮추는 장점은 있지만 층간소음에 매우 취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나 건설회사들도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쉽게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벽식 구조 아파트의 소음 발생은 아래, 위, 좌우 옆집, 옆 집의 윗집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윗집의 윗집에서 나는 소음, 심지어는 옥상에 설치된 기계의 소음이 저 아랫집에 전달된다는 상담 사례도 있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 윗집인 줄 알고 관리소에 항의했는데, 윗집의 옆집에서 나는 소리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의 H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주중에는 야근하고 늦게 집에 와서 층간소음에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습니다. 사실 위에서 쿵쿵대고 말소리 웅웅 거리는 건 ‘공동주택에 살면 그럴 수 있지’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개월부터 점점 더 늦은 시간에도 심해졌습니다. 신경이 더 쓰이고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런 게 ‘귀트임’ 이었더군요.
보통 회사에서 집 오면 저녁 8시경입니다. 하루는 저녁 먹고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위에서 평상시보다 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습니다. 잠시 이러다가 조용해지겠지, 조금만 참자고 했습니다. 기대와는 반대로 소리 지르는 소음이 들리고, 웃고 떠드는 소리가 웅웅 들려서 참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조용해지는 듯하면 다시 또 크게 웃고, 웅웅 거리고 방바닥을 때리면서 탁탁 거리는 소리들이 계속 들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밤 11시가 다 되도록 말소리, 탁탁 치는 소리는 계속 들렸습니다.
지난 주말 밤이 피크였습니다. 대체 이 늦은 시간에 매일 왜 저렇게까지 떠드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밤새 무엇을 정리하는 지 달그닥거리는 소리, 발망치 소리가 밤새 들려서, 잠도 못자고 꼴딱 밤을 새웠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도무지 참기 어려워서 당장이고 위층에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얼굴 붉히기 싫고 가끔 신문 방송에 나오는 불상사도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관리소에 연락해 위층에 좀 조용히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음악을 틀고 다시 자려고 누웠습니다.
그런데 관리소에서 깜짝 놀랄 연락이 왔습니다. “위층은 아무도 안 계신 지 아무리 인터폰을 하고 찾아가도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탁탁 거리고 웃고 떠드는 소리, 발망치소리가 계속 나는데 무슨 말씀 하시는 거냐” “연락해 본 것은 맞느냐”고 제가 화를 냈습니다. 혹시나 몰라서 제가 직접 밖에 나가 위층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해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놀랄 일이었습니다. 위층은 정말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옆집도 간접등만 켜져 있고 옆집의 윗집, 즉 대각선 라인에 있는 집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습니다.
설마 대각선 라인 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우리집 까지 내려 오는건가 싶었지만 혹시 몰라 위층으로 올라가 들어보았습니다. 진짜였습니다. 소음발생의 주범이 위층의 옆집이었습니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복도에서도 떠드는 소리가 다 들렸습니다.
다시 관리소에 연락해 “윗집의 옆집 같다. 조용히 좀 해달라는 요청을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 동안 듣기 싫은 그 웃음소리와 웅웅 거리는 떠드는 소리가 윗집일 거라고 확신하고 관리실을 욕했던 게 미안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윗집은 부딪힌 적도 없고, 뵌 적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들렸던 소음들이 대각선 라인 집이라니 ‘대각선으로도 소음이 발생하는구나’ 싶어서 놀랍기도 하고 이젠 대각선 세대 층간소음까지 감당해야 하는 건가 싶습니다. 어쨌든 관리소에 민원을 넣었고 한동안 잠잠해 지는 듯 하지만 다시 소음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대각선 라인의 발 망치 소리가 이렇게 명확하게 들리는 게 정말 이해가 안가고 답답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우리나라 아파트는 거의 대부분이 벽이 기둥역할을 하는 벽식 구조입니다. 기둥식 구조에 비해경제성은 높지만 층간소음에는 취약한 약점이 있습니다.
벽식 구조는 피해자의 집을 기준으로 위층, 아래층, 대각선층이 언제든지 소음원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층과 아래층은 발망치 소음 등 고체전달음의 피해가 심하고, 대각선층은 말소리 등 공기전달음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은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공기전달음 대책은 고체전달음에 비해 비교적 대책이 수월한 편입니다.
주요 피해 소음원인 말 소리 등 공기전달음은 대각선층의 현관문을 통해 빠져나와 계단실을 거치며 소리가 울리는 공명(共鳴)현상이 생깁니다. 이로 인해 소리가 더 크게 증폭되어 피해자 집의 현관문 틈새를 통해 대부분 전달되고 있습니다.
비용이 어느 정도 소요돼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피해자의 현관에 실내 중문설치를 추천드립니다. 이와 함께 현관문에 문풍지를 설치하시면 소음차단을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망치 소음은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대각선층의 현관 입구의 복도와 인접한 방에 매트설치나 슬리퍼를 착용을 요청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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