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의 한 골목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60대 남성이 자신을 심폐소생술(CPR)로 구해준 시민 영웅을 찾아 나섰다.
28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18일 오전 7시 40분경 동구 전하동의 한 골목길에서 인근 세탁소 사장 김모 씨(61)가 갑자기 주저앉더니 의식이 없는 상태로 길바닥에 쓰러졌다.
김 씨를 발견한 행인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이었지만 바쁜 출근길에 발걸음을 옮겼다.
이때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한 대가 쓰러진 김 씨 옆을 지나가다가 갓길에 차를 세웠다. 차량에서 내린 남성은 곧장 김 씨에게 다가갔다.
이 남성은 119에 신고하며 구급 요원의 안내에 따라 김 씨의 호흡과 움직임 등을 확인했다.
잠시 후 길을 지나가던 한 여성이 다가와 김 씨에게 CPR을 실시했다. 이어 30대로 추정되는 또 다른 남성이 김 씨에게 다가왔다. 이 남성은 바통을 이어받아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약 3분간 끊이지 않고 김 씨 흉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곧이어 119구급차가 도착해 김 씨는 응급조치를 받았다. 김 씨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민 3명은 김 씨가 구급대에 인계된 모습을 확인한 뒤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김 씨는 닷새가 지나서야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당시 변이형 협심증으로 쓰러졌다. 변이형 협심증은 심장혈관에 경련이 일어나 심장근육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질병이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상태였다.
김 씨는 지난달 3일 퇴원해 자택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최초 신고자였던 남성과 자신에게 CPR을 실시해 준 여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여성은 김 씨가 입원했던 병원의 간호사이기도 하다.
김 씨에게 끝까지 CPR을 이어갔던 30대 추정 남성은 아직 찾지 못했다. 김 씨는 “생명을 구해준 두 분께는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머지 한 분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다. 나를 살려준 은인”이라며 그를 수소문했다.
소방 관계자는 “당시 김 씨를 구해준 남성은 회색 티셔츠에 백팩을 메고 있었다”고 남성의 인상착의를 공개하며 “소식을 접하게 되면 울산동부소방서(052-279-6353)로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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