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3기 신도시 참여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SH는 올 9월 “경기도에 짓는 3기 신도시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공문을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기도 산하 공기업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명분도 없고 불가능한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SH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김헌동 SH 사장과 김세용 GH 사장을 인터뷰해 각자의 주장을 들었다. 》
김헌동 SH 사장 “선의의 경쟁, 수도권 주민에 혜택”
집값 안정 위해 주택 공급 속도 내야 지지부진한 3기 신도시 개발 도울 것 참여 땐 자족도시인 ‘골드타운’ 조성
“서울 및 수도권 집값 안정의 관건은 3기 신도시에 좋은 주택을 빠르게 공급하는 겁니다. SH가 참여하면 공기업 간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면서 혜택이 수도권 주민들에게 돌아갑니다.”
김헌동 SH 사장(68)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SH가 참여하면 지지부진한 3기 신도시 개발에 속도가 나고, 더 좋은 주택을 수도권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11월 취임한 김 사장은 약 20년 동안 건설사에서 일한 후 약 20년 동안 시민단체에서 분양원가 공개 운동 등을 해 온 부동산 전문가다. 취임 후 SH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일명 ‘반값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주택을 도입했다.
―3기 신도시 사업에 왜 참여하려 하나.
“정부의 공공분양주택(뉴홈) 50만 채 공급 계획을 적기에 추진해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반값아파트 20만 채 공급도 원활하게 도울 수 있다. 지난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킨다면서 3기 신도시 사업지구로 2018년 6곳, 2021년 7곳을 지정했는데 아직 7곳은 착수도 못 했다. 자금 동원 및 사업 추진 능력을 갖춘 SH가 3기 신도시 적기 조성을 도울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있지 않나.
“지난 10년 동안 서울 내 강남구 수서와 자곡, 서초구 우면 등 대부분의 공공주택을 국토교통부가 LH를 통해 공급했다. 3기 신도시 역시 70∼80%가 LH를 통한 개발이다. 하지만 현재 LH는 직원 땅 투기 및 철근 누락 논란에 휩싸여 3기 신도시 사업 승인을 받고도 보상과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SH가 참여해야 지지부진한 3기 신도시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
―GH가 반발하고 있다.
“지방공기업법 1조는 지방공기업의 목적이 ‘지방자치의 발전과 주민 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생활권 광역화가 이뤄진 지금 3기 신도시 개발에 수도권 전체 주민의 주거문제가 달려 있다. SH가 GH의 지분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LH 사업 중 손을 못 대는 물량을 넘겨 달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과 김 지사의 공약 추진을 동시에 지원하고 경기도민과 서울시민이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개발하려 하나.
“서울 출퇴근이 필요 없도록 자족형 도시 ‘골드타운’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동안은 서울 시내 재개발 규제를 유지하면서 경기 지역에 아파트 중심의 신도시를 조성했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들이 내 집 마련을 위해 경기로 이주했고, 출퇴근 교통 문제가 가중됐다. SH는 골드타운을 만들어 굳이 서울에 거주할 필요가 없는 이들이 여가와 생계를 3기 신도시에서 하도록 하겠다. 동시에 서울로 장거리 출퇴근하는 신혼부부와 청년 등이 서울에 살 수 있도록 장벽을 낮춰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 윈윈할 수 있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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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용 GH 사장 “명분도 없고 지역 균형발전 역행”
설립 취지 안 맞고 원칙적으로 불가능 법 고쳐야 해 국회서 법안 통과 힘들어 SH, 서울 시내 주택 공급도 지지부진
“SH의 경기도 3기 신도시 개발 참여 시도는 생뚱맞고 명분도 없습니다. 또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김세용 GH 사장(58)은 2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SH는 본업인 서울시민의 주거복지에 더 힘을 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방공기업법에 규정된 ‘주민’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인 만큼, 경기도에 조성되는 3기 신도시는 서울시 공기업인 SH가 법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 사장은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도시설계학회장을 지낸 도시정책 전문가다. 2018∼2021년 SH 사장을 지냈다. 취임 후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생활편의시설을 만들어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공간복지 사업 등에 주력해 왔다.
―SH가 국토부에 3기 신도시 참여 의사를 밝혔다.
“지방공기업법상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올해 서울시 감사와 국정감사를 보면 SH가 처음 연간 주택 1만 채 조성을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아파트 공급이 아주 지지부진한 것이다. 서울시내 주택 공급도 못 하는데 어떻게 경기도 3기 신도시까지 참여한다고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SH는 설립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지방공기업의 설립 취지는 해당 지역 주민에게 도움되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설립 취지에 안 맞는 건 물론이고 지역 균형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또 SH가 3기 신도시 개발 사업에 참여하려면 지방공기업법 등을 바꿔야 한다. 현재 국토부가 SH 건의를 받고 행안부에 유권해석을 맡긴 상황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행안부가 유권해석을 긍정적으로 내더라도 개정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까.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SH의 제안 배경이 뭐라고 보나.
“경기도 3기 신도시 개발은 LH가 70∼80%, GH가 20∼30% 비율로 지역별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LH가 직원 땅 투기 및 철근 누락 논란 때문에 3기 신도시 사업 승인을 받고도 추진이 지연되고 있다. SH가 ‘자본력이 있으니 돕고 싶다’고 하는데 이건 진단을 잘못한 것이다. LH가 돈이 없어 보상이 늦어지는 게 아니다. 주민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LH의 역할을 GH가 대신할 수 있나.
“3기 신도시의 경우 GH가 LH와 대등한 수준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GH는 경기 수원시 광교신도시와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조성을 통해 택지개발 능력을 입증했다. 다만 GH가 3기 신도시 개발에 적극 나서려면 자본금의 350%로 묶여 있는 공사채 발행 한도를 500%까지 올려줘야 한다. 또 LH의 신뢰가 무너진 만큼 LH 조직 중 택지 개발을 맡는 지역본부는 지방 도시공사와 통합해 지역 개발을 맡기는 게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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