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도소 재소자 이틀 걸쳐 이감
52년만에 12km 거리 새 교도소로
45인승 버스 6대 왕복하며 옮겨
경찰 300명 경계… 군사작전 방불
“이제 화원읍 출발합니다. 근무자들 위치해 주세요.”
28일 오전 8시 55분경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대구교도소 앞. 실탄 권총과 가스총으로 무장한 교도관이 출발을 무전으로 알리자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교도소 입구의 차단기가 서서히 열리자 경찰 오토바이를 필두로 교도소 재소자를 태운 45인승 버스 6대가 줄지어 빠져나왔다. 이삿짐 차와 무장한 경찰차가 뒤따랐다. 교도소 상공을 선회하던 경찰 헬기는 굉음을 울리며 호송 행렬을 따라 움직이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 군사 작전 방불케 한 이감 작전
화원읍 대구교도소는 1971년 지어져 시설이 노후화됐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법무부는 이에 직선거리로 12km 떨어진 달성군 하빈면에 교도소를 새로 짓고 28일 재소자 2100여 명을 이감하는 작전을 펼쳤다.
52년 만의 이감을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해 법무부와 경찰은 만전의 준비를 했다. 먼저 호송버스에 올라탄 교도관 600여 명에게는 실탄을 장전한 권총과 가스총, 테이저건 등이 지급됐다. 경찰은 기동대 3개 중대와 특공대 2개팀 등 경찰 300명과 순찰차 12대, 헬기 1대, 버스 4대를 지원했다. 또 호송버스가 이동하는 길목 곳곳에서 대기하며 경계 근무를 섰다. 이동 경로 곳곳에선 탈주 등 돌발 상황을 대비해 사복을 입고 감시태세를 갖춘 경찰들도 눈에 띄었다.
전날에는 외부에 알리지 않은 비공식 이감 작전도 실시했다. 법무부는 27일 오후 2시경 여성 재소자 110여 명과 교도소 내 무기 및 탄약 등을 버스와 트럭 등을 이용해 미리 옮겼다. 대구교도소 관계자는 “남녀 재소자들을 한꺼번에 옮길 경우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며 “총기 탈취 위험성도 있어 미리 무기와 탄약 등을 호송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규모 이감 작전을 대비한 사전 리허설 성격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동원된 호송버스 6대는 신축 교도소까지 30여 분간 달려 도착했고, 오후 4시경까지 여러 차례 왕복하며 사고 없이 이감을 마무리했다.
● 33세 최연소 사형수, n번방 운영자 등 이송
삼엄한 분위기에서 이감을 진행한 건 사형시설이 있는 대구교도소에 흉악범 다수가 수감돼 있기 때문이다. 전 여자친구를 성폭행하고 그 부모까지 살해한 최연소 사형수 장재진(33) 등 사형수 10명이 복역 중이고,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인 ‘갓갓’ 문형욱(28)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저지른 김성수(34)도 수감돼 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올 9월까지 이곳에 있다가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화원읍 대구교도소 입구에선 주민들과 일부 재소자 가족이 이감 작전을 지켜봤다. 한 재소자 가족은 “최근 이감 때문에 면회를 못 했다”며 “호송차 너머로 얼굴 한번 봤으면 하는 마음에 찾아왔다”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인근 주민 김모 씨(54)는 “교도소가 있던 50여 년 동안 주변 지역의 슬럼화가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앞으로 환경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하빈면의 한 주민은 “교도소가 혐오 시설이라는 건 옛말”이라며 “대형 교도소가 들어선 만큼 직원들과 면회객들로 지역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달성군은 화원읍 대구교도소 부지에 산책로와 야외무대 등을 만들고 물놀이장과 전시장, 야시장 등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돌려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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