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서 감기약 등 수천정 사들여 필로폰 제조·투약한 일당

경찰이 압수한 일반의약품과 필로폰 제조에 사용된 기구들. (제주경찰청 제공)

약국에서 구매한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 수천정을 사용해 필로폰을 직접 만들어 투약하고 판매까지 한 일당이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제주경찰청의 필로폰 제조 사범 검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경찰청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필로폰 제조총책 50대 남성 A씨와 공범 50대 남성 B씨를 검찰에 구속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이들이 만든 필로폰을 무상으로 받아 투약한 50대 남성 C씨는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경기도 소재 3층 건물 옥탑방에서 10여 회에 걸쳐 필로폰 20g을 제조해 판매·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 “필로폰을 끊고 싶다”며 투약 사실을 자수한 C씨를 상대로 A씨와 B씨 범행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주거지 압수수색을 통해 A씨가 직접 만든 필로폰 2.1g과 사용한 주사기 20개, 일반 의약품 2460정, 6종의 화학물질 34통을 압수했다. 또 필로폰을 만드는데 사용된 전자 쉐이커와 플라스크 등 9종 89개에 달하는 제조기구도 확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수시로 약국에서 구매한 감기약 등 일반 의약품에 화학물질을 섞어 필로폰 성분을 추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제조시 심한 암모니아 냄새가 발생하자 야간 시간대에만 필로폰을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필로폰 1회 투약분은 0.03g이지만, 이들이 제조한 필로폰은 성분이 크게 떨어져 한번에 2~3배 분량을 투약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해외 사이트를 통해 필로폰 제조방법을 습득한 뒤 필요한 기구를 설치해 범행했다”며 “직접 투약하기 위해 범행을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정철운 제주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이들의 필로폰 제조 기술은 아직 초보단계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고도화되며 대량의 필로폰을 유통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도 마약류 제조, 공급망 뿐 아니라 단순 투약사범 검거에도 수사역량을 집결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