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현대사에 푹 빠져 유튜브로 인강(인터넷 강의)까지 듣게 됐어요. 공부할수록 더 깊게 파 보고 싶은 마음에 논문도 내려받았습니다.”
강남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최근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난 뒤 근현대사 공부 삼매경에 빠졌다.
A씨는 “실제와 영화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보다가 인강과 90년대 다큐멘터리까지 찾아봤다”며 “어느 정도 과장됐을 줄 알았는데 역사 속 전두환과 하나회(군대 내 사조직)의 반란을 알고 나니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12·12 군사반란부터 시작해 5·18, 6월 항쟁, 문민정부까지 현대사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보고 90년대 다큐멘터리까지 찾아봐”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몰이하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근현대사 공부에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12·12 사태를 다룬 영상 조회수가 뒤늦게 급등하는 등 현대사 관련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 송모씨(35)도 영화 서울의 봄을 계기로 현대사에 흥미를 붙였다. 송씨는 “전두환씨가 쿠데타를 일으킨 건 알았지만 군대가 이렇게까지 동원된 줄은 몰랐다”며 “그때 관련됐던 인물들이 사태 이후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유튜브로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근현대사 영화 정주행하며 ‘현대사 열공’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시대순으로 ‘정주행’하며 공부하겠다는 반응도 있다. 서울의 봄 개봉 이후 SNS에는 ‘근현대사 배경 영화 타임라인’, ‘서울의 봄 예습·복습용 역사 정리글’ 등 관련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직장인 최모씨(31)는 “사실 처음에는 배경을 잘 모르고 봤지만 그런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역사를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기회에 못 봤던 근현대사 배경 영화를 차례대로 봐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씨는 “학교에서 배울 때는 이렇게까지 와닿지 않았는데 영화로 보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는지 실감이 났다”고 설명했다.
MZ세대 사이에서는 영화를 본 뒤 치솟은 심박수를 스마트워치로 측정해 SNS에 올리는 ‘심박수 챌린지’까지 등장했다. 한 관객이 엔딩 직후 심박수가 178bpm까지 급등했다고 인증한 글이 시초였다. 이미 쿠데타의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분노를 유발하는 영화 속 상황 탓이다.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인데도 이들이 얼마나 영화에 몰입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봉 이후 유튜브의 12·12 사태 관련 영상에는 ‘서울의 봄 보고 왔다’는 댓글 반응이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실제로 29일 기준 유튜브에서 ‘12·12 쿠데타’, ‘12·12 군사반란’ 등의 키워드 검색량은 모두 ‘높음’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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