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새벽까지 부산 부산진구 집에서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 과정을 지켜봤던 김모 씨(41)는 “한동안 엑스포는 생각도 안 하고 싶다. 길거리에 붙은 관련 플래카드부터 빨리 사라지면 좋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치에 실패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치열한 경합을 펼칠 것이란 정부와 부산시 전망과 달리 무려 90표차이로 대패했다는 이유에서다.
상당수 부산시민은 김 씨처럼 예상보다 큰 격차로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것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해운대구의 한 주민은 “정부와 부산시에서 솔직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2차 투표에도 못 간 걸 보면 우리의 외교력과 정보력이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엑스포 유치 불발로 가덕도 신공항 등 현재 추진 중인 인프라 사업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지역 시민단체인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30일 연제구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만큼 위험천만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이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특별법에 의해 추진되기에 예정대로 정상 추진될 것”이란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재도전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수영구에 사는 최모 씨(62)는 “우리가 사우디보다 준비를 늦게한 탓에 졌지만 시민들의 열망이 크고 경제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2035엑스포에 꼭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새벽 유치 실패 이후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입장문을 내고 “아쉬운 결말을 드리게 돼 송구하다”면서도 “정부 및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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