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공영자전거 ‘타슈’ 훼손 늘어
학생들 사이 ‘바큇살 끊기’ 내기도
자전거 2500대에 관리 인력 16명뿐
“본인 자전거라면 이렇게 험하게 탔을까 싶어요. 부서진 타슈(대전 공영자전거)를 보면 제 몸이 다친 것 같습니다.”
28일 오전 10시, 대전 유성구에 있는 타슈 정비센터. 윤석원 정비 반장(46)이 나사를 빼는 공구 전원선을 연결하고 타슈 한 대를 가져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들고 온 타슈는 뒷바퀴 살이 절반이나 터져나가 너덜너덜했다. 동그랗던 바퀴는 타원형으로 찌그러졌다. 단말기가 달린 까만색 잠금장치도 무언가에 찍혀 허옇게 일어난 상처가 선명했다. 정비 경력 10년 차인 윤 반장은 “이건 작정하고 부순 흔적이다. 분명 일부러 한 짓이다”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작업장 바깥에는 고쳐야 할 타슈 수백 대가 촘촘히 포개져 있었다. 손잡이가 부러지고, 단말기가 깨지고, 몸통이 구겨진 상태였다. 그나마 부품이 붙어 있는 것은 양반이다. 바퀴가 하나만 있거나 아예 없고, 안장이 뽑혀 없고, 원래 색깔인 주황색 말고 다른 색으로 칠해 온갖 낙서로 뒤덮인 타슈도 잔뜩 있었다.
● ‘떼가고 부수고’ 동네북 신세 타슈
작업대 8개가 놓인 정비 공간은 뭉툭한 쇳소리만 가득했다. 타슈 정비는 총 9명이 맡고 있다. 원래 10명인데 7월에 한 명이 육아휴직을 했다. 작업자들은 공구를 들고 망가진 타슈와 씨름을 했다. 정비사 A 씨는 “요즘 바큇살 터진 자전거가 많이 들어온다. 학생들 사이에 누가 더 바큇살을 많이 끊나 내기를 한다더라”라고 말했다. 타슈 잠금장치는 뒷바퀴 살을 통과해 물려 있다. 타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QR코드를 읽어야 잠금이 풀리는데, 이를 안 하고 억지로 페달을 밟는다고 한다. 바퀴가 돌면서 얇은 살이 잠금장치에 걸려 망가진다. 바퀴는 안전과 직결돼 있어 통째로 갈아야 할 때가 많다. 바퀴 한 개 가격은 20만 원, 타슈 신차 가격(55만 원)의 36% 정도다.
부품 수급도 빡빡하다. 일본·중국산인데 주문부터 받기까지 몇 달씩 걸리기 일쑤다. 수리장에는 부품이 없어 손도 안 댄 단말기 800여 개가 주황색 상자에 담겨 벽면 가득 쌓였다. 정비사 B 씨는 “현지에서 발송 자체가 더디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달 중순까지 자전거 300대는 수리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올해 11월까지 타슈 정비 건수는 총 9353건이다. 한 달에 850여 건, 평일(월∼금요일) 하루 평균 40건 넘게 처리한 셈이다.
● 관리 인원 그대로 몸집만 커지는 타슈
타슈는 2009년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공영자전거다. 시민 공모를 통해 결정된 ‘타슈’라는 이름은 ‘타세요’를 뜻하는 충청도 말(사투리)이다. 2009년에 대여소 20곳, 자전거 80대로 시작해 올해 3월 기준 대여소는 1150곳, 자전거는 2500대로 늘었다.
타슈는 1시간 이내는 무료이고 이후 30분당 500원, 하루 최대 추가 사용료는 5000원이다.대전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타슈 이용 건수는 총 372만3425건이다. 시는 다음 달까지 자전거 수를 4500대로 늘린다. 이후 매년 1000대씩 추가해 2026년까지 총 7500대를 마련할 방침이다. 전용 도로 마련 등을 포함한 관련 예산은 798억7000만 원(국비 86억 원, 시비 712억7000만 원)이다. 문제는 자전거 수는 느는데 관리 인력(수리 9명, 자전거 배치 7명)은 그대로라는 점이다. 시는 내년에 대덕구, 중구, 동구, 서구에 권역별 수리센터(외주)를 만들어 가벼운 정비를 소화할 예정이다.
타슈를 훔치거나 파손, 훼손하는 행위는 적발 시 회원 자격 정지나 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실제로 23일 고등학생 3명이 대전 중구 대전천 다리에서 2m 아래로 타슈 3대를 집어던져 경찰에 입건됐다. 자전거는 모두 폐기 처분됐다. 학생들은 “장난 삼아 던졌다”라고 말했다. 임택수 대전시 보행자전거과 주무관은 “타슈를 훼손하거나 사유화할 경우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수거되지 않은 타슈는 모두 4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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