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 인근에 구조물을 불법 증축해 참사 당시 피해를 키웠다는 혐의를 받는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 씨(76)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96일 만에 사법부가 내린 참사 관련 첫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29일 이 씨에 대해 건축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해밀톤호텔 법인에도 벌금 800만 원이 선고됐다.
이 씨 등은 해밀톤호텔 본관 뒤편 테라스에 주점을 운영하면서 불법 증축을 했는데 이 구조물이 참사 당시 대피를 막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2013∼2017년 총 5차례 무단 증축 지적을 받고도 10년 가까이 시정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정 판사는 “6m 이상인 (호텔 본관 뒤편) 도로 폭이 (불법 증축 때문에) 3.6m가량으로 줄어 도로 통행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며 “위반 건축물 시정명령을 두 차례 받고 이행강제금까지 부과 받았지만 방치한 기간이 길며 수익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가벽을 설치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2010년 이전에도 비슷한 가벽이 있었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씨가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면서 참사 유가족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짧게 말했고, 선고 이후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에선 박희영 용산구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등 이태원 참사 관련자에 대한 재판 4건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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