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영업비밀 빼돌린 삼성 협력업체 직원들 모두 실형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30일 1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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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텍' 전 영업부장 징역 3년 등 8명 실형…4년 10개월 만에 선고
법원 "국가 산업 경쟁력에 악영향"…산업기술 유출 혐의는 '무죄'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중국 기업에 빼돌린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기소 후 4년 10개월 만의 선고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 전진우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톱텍 전 영업부장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 등 톱텍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는 각각 징역 1년~2년6개월, 이들에게 중국업체를 소개하는 등 중간 역할을 한 C씨 등 3명에 대해서도 모두 1~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디스플레이 생산장비 제조 업체인 톱텍에서 근무하던 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의 3차원(3D) 라미네이션 기술 관련 영업 비밀을 외부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2019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톱텍의 전 대표 등이 또 다른 영업비밀 유출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2021년 9월 이후 중단됐다가 지난 7월 해당 사건이 종결되면서 재개됐다.

3D 라미네이션은 곡면으로 성형한 아몰레드 패널의 가장자리를 완벽하게 붙이는 초정밀 접합기술이다.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의 엣지 디스플레이에 활용된다.

톱텍은 2012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업체로 등록돼 LCD 및 아몰레드 모바일 패널의 제조 설비를 제작하다 2014년부터 3D 라미네이션 기술을 이전받아 해당 설비를 납품했다.

톱텍 영업부장으로 3D 라미네이션 설비의 발주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17년 11월, 중국의 한 제조회사로부터 해당 기술을 빼돌리는 대가로 억대 연봉을 제안받았다. 중국에서 3D 라미네이션 제조 설비를 구축하고 패널을 생산해 중국의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에 판매하자는 내용이었다.

A씨는 2018년 3월, C씨 등과 중국에 회사를 설립한 뒤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톱텍 엔지니어 등을 영입했다. 회사에서 몰래 빼낸 기술 자료를 엔지니어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3D 라미네이션 설비 설계 도면과 제안서 등을 작성하도록 했다.

이들은 해당 제안서를 토대로 중국 최대의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프레젠테이션하고 제안서를 건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해당 기술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닌 톱텍의 영업비밀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톱텍이 제작한 설비가 삼성디스플레이의 발주를 받아 해당 공장에서 사용하기 위한 전용 설비고 관련 자료에는 삼성의 영업 비밀임을 알 수 있는 비밀표지가 기재돼 있던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해당 기술이 톱텍뿐만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자신들의 행위가 톱텍의 영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경영진에게 알리지 않았고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나눈 대화 등을 증거로 범행의 고의도 인정했다.

전진우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매우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에 가담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연구·개발한 기술을 유출했다”며 “피해자들의 노력을 헛되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나 반성이 없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설비를 제작해 판매하지는 못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했다. 국가핵심 기술이나 첨단기술에 포함되지 않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A씨와 C씨 등 3명은 구속 기소된 후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지만 실형이 선고되면서 보석이 취소됐다. 함께 실형을 선고받은 C씨의 아내에 대해서만 가족 부양을 이유로 보석이 유지됐다. 불구속 기소된 4명은 이날 법정 구속됐다.

한편 비슷한 시기 3D 라미네이션 기술을 중국에 넘기고 설비 장비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톱텍 전 대표 A씨는 지난 8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다.

[천안=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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