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 인하 계속된다면…“R&D 위축·공급불안 초래할 것”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30일 14시 30분


한국, 수입 약 점유율 44%…계속 증가
여러 약가인하 지속시 R&D투자 위축


국내의약품의 해외 수입 의존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인 약가 인하는 의약품 자급도를 떨어뜨리고 기업의 R&D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제약업계가 우려했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25호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국내의약품의 해외 의존도 비율인 수입점유율이 계속 증가해, 2021년에는 전체의약품 시장 규모의 44.4%(약 11조3000억원)를 차지했다.

보고서에서 대원제약 약무정책팀은 “해외에서 개발된 의약품의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일괄 약가 인하가 시행된다면 수입제품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국내 제약산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일괄 인하 당시 국내사 약품비 비중은 낮아지고 외자사 약품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1년 80.2%였던 의약품 자급도 역시 2021년에는 60.1%까지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보험약가제도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의 지속적인 약가 인하와 함께 해외약가 참조제, 기등재 약물 재평가, 사용량-약가 연동 개정(확대),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 급여적정성 재평가 등 추가적인 약가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는 게 약무팀의 설명이다.

계속된 약가 인하로 의약품 자급도가 위축된 스위스 사례도 제시했다. 스위스는 빈번한 제네릭 약가 인하에 따라 채산성 부족으로 자국 내 공급업체 철수 문제가 발생했고 의약품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다. 작년 말부터 스위스 언론에서는 항생제, 해열제 등 일반적인 의약품과 만성질환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의약품 공급 부족 보도가 연달아 쏟아졌다. 유럽 언론은 지속 불가능한 가격 정책이 제네릭 부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대원제약 약무팀은 “지속적인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은 약품비 감소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하나, 이로 인해 제약환경 변화 및 제약주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렵게 구축한 공급 인프라는 점점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약가 인하 및 사후관리 강화 정책이 시행된다면 R&D 역량 강화 및 투자 연속성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약무팀은 “제약기업의 R&D 비용 자체부담률은 95.9%이지만 연간 1.5개 국산 신약만 배출되는 등 성공률이 낮은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며 “제약사의 R&D 투자 위축은 명확하게 예상되는 결과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R&D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약가제도도 제안했다. 신약 및 R&D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적용될 수 있는 가산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사용량-약가 연동제 세부지침에서 적용 중인 환급계약 제도를 국내 개발하는 신약에 모두 적용될 수 있도록 대상을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신약의 보험 등재 시 적정한 약가 가산이 불가능하다면, 등재 이후 적용하는 약가 사후관리 기전을 예외하거나 그 보정산식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국내 제조 제네릭으로 대체해 국내 산업육성 기여도가 큰 제네릭의 경우 기여도를 인정해, 인하율 감면을 적용할 수도 있다.

연구개발 투자 및 국산 원료 사용 등 제약산업 발전 기여도를 인정해, 향후 계획된 추가적인 약가 인하 시 인하율을 보정하는 정책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약무팀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약가 인하 기전을 적용했을 때 어떤 문제가 가중될지 예상할 수 없기에 속도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며 “기등재 신약보다 낮은 약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국내 신약 약가 제도, 제네릭 약가의 추가적인 인하 등 수익성 악화가 명확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산업의 R&D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