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6억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장동 관련 사건 중 1심 판결이 내려진 첫 사례다.
판결에서 법원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당시 경기 성남시 인허가권자들의 유착관계를 상당부분 인정했다. 또 핵심 증거 중 하나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사장 직무대리의 진술과 증언에 대해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향후 쟁점이 유사한 이 대표의 대장동 관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인허가를 매개로 금품을 수수하고 유착한 일련의 부패 범죄”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추가적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높지 않다”며 보석을 취소하고 김 전 부원장을 법정구속했고, 벌금 7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6억7000만 원 추징을 명령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유 전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를 통해 4차례에 걸쳐 이 대표의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3년 2월~2014년 4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며 대장동 사업 관련 편의 제공을 대가로 유 전 직무대리로부터 1억9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6억 원과 뇌물 7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뇌물 혐의액 중 1억 원도 김 전 부원장이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봤지만, 직무 관련성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2013년 설·추석 무렵 유 전 직무대리가 전달한 혐의를 받는 2000만 원도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부패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병폐”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법원 “유동규 진술 신빙성 있어”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을 두고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부 부정확한 진술이 있으나 범행의 주요 부분은 비교적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어 신빙성이 낮지 않다”고 했다. 검찰이 김 전 부원장의 금품수수 시기를 2021년 4~8월경 등으로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하지 못해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김 전 부원장 측 주장에 대해서도 “(공소장에) 각 범행경위, 범행장소 등이 명확히 구분해 기재돼 있다”며 “정확한 일시를 확정할 수 없어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고 하여 공소사실이 불특정된 것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돈을 마련해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김 전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남 변호사에겐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 다만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직무대리와 정민용 변호사에 대해선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단순 전달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부원장의 변호인은 선고 직후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는데 이렇게 선고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1주일 만에 20억 원 넘는 후원금이 모일 정도로 경선 자금 조달 여력이 넘치는 상황에서 경선 자금 확보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믿기 어렵다. 부정 자금은 1원도 없었다”며 “검찰의 짜깁기 수사와 기소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반면 유 전 직무대리는 판결 후 기자들과 만나 “있는 사실대로 (유죄가) 나온 것”이라며 “(불법 정치자금의) 수혜자는 이재명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 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명 재판·수사에도 영향 줄 듯
이날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공사가 설립됐고, 공사가 민간업자들 이권 개입의 통로가 됐다”며 “(대장동)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민간업자들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사가 이 대표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설립됐고,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주장을 법원이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원이 대장동 재판 중 첫 선고에서 이같이 판결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관련 재판과 수사에서 이 대표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가 심리 중인 중인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 배임·뇌물 혐의 재판과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에서 진행되는 대장동 민간업자 배임 혐의 등 재판에서도 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사건의) 주요 사실관계와 주요 증인의 신빙성이 모두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판결문을 검토해 양형이나 법리적인 부분에서 더 다툴 게 있는지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에 약속한 428억 원 중 일부가 김 전 부원장에게 흘러갔다는 이른바 ‘428억 약정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시 동력을 얻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올 3월 대장동 의혹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증거가 충분히 수집되지 않았다며 이 혐의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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