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규모 5.8발생지와 21km 거리
전국에 긴급재난문자… 여진 7차례
강원-대전-전북서도 흔들림 감지
경북도-경주시, ‘뒷북’ 재난문자 논란
“방바닥이 흔들려 잠에서 깼는데 이후 드릴로 땅을 뚫는 소리가 났습니다. 전쟁이 난 줄 알았습니다.”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마을에 사는 박모 씨(69·여)는 30일 오전 발생한 지진의 위력에 대해 이같이 묘사했다. 박 씨는 “집이 통째로 좌우로 움직이면서 외벽에 금이 갔다”며 “2016, 2017년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했던 강진이 생각나 아찔했다”고 말했다.
● 올해 내륙 발생 지진 중 최대 규모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5분경 경주시 동남동 19km 지점에서 4.0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해 한반도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올해 육상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는 가장 큰 규모다. 지진 발생지는 2016년 9월 12일 역대 최대였던(규모 5.8) 경주 지진 발생지에서 21km 떨어진 곳이어서 인근 주민들은 큰 불안에 떨었다.
지진은 발생 후 2초 만에 처음 관측됐는데 규모 4.0 이상으로 측정돼 규정에 따라 기상청이 발생 8초 만에 전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최대 규모 1.5의 여진이 7차례 이어졌다.
기상청은 당초 지진파에 기초해 규모를 4.3으로 발표했으나 이후 정밀 분석을 통해 4.0으로 낮췄다. 진도는 경북이 5로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이나 창문이 깨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울산은 4, 부산은 3이었다. 강원 대구 대전 전북 등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경주(19건)와 포항(22건)을 비롯해 경북에서 모두 59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울산에서도 41건이 접수됐다. 울산에 거주하는 김기준 씨(45)는 “출근 준비를 하는데 아파트 전체가 크게 좌우로 흔들렸다”고 말했다. 신고 7건이 접수된 부산에선 긴급재난문자 사이렌 소리에 놀란 60대 남성이 침대에서 떨어져 얼굴과 팔 부위를 다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 경북, 경주 사고 34∼48분 후 뒷북 문자
진원지 인근에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전과 신월성원전이 있었지만 지진 피해를 입진 않았다. 포항의 포스코 제철소 등 철강업체들도 고로를 정상 가동했다. 행정안전부는 지진 발생 10분가량 지난 오전 5시 5분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지진 위기경보 ‘경계’를 발령했다.
한편 경북도와 경주시는 뒤늦게 재난안전문자를 보내 논란이 됐다. 경북도는 이날 지진 발생 후 34분이 지난 오전 5시 29분경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대형 화재 등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경주시는 지진 발생 48분 만인 오전 5시 43분에 대피 요령을 문자로 알렸다. 주민들로부터 ‘뒷북 문자’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경북도 관계자는 “과도한 재난문자 발송에 따른 피로감을 덜기 위해 중복 발송을 자제하고, 매뉴얼에 따라 기상청 최초 문자와 시간을 두고 행동 요령 관련 문자를 발송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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