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화재로 자승 스님이 입적한 것과 관련해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화재 당시 현장에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자승 스님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면서도 “현장 인근 CCTV와 칠장사 관계자 진술, 자승 스님의 휴대전화 기록과 유족 진술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시신은 자승 스님으로 잠정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화재 당일 오후 3시 11분경 직접 차량을 몰고 칠장사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어 칠장사 주지스님과 대화를 나눈 후 오후 4시 24분경 인화 물질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통 2개를 들고 화재가 발생한 요사채(스님들의 살림집)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CCTV에는 이후 자승 스님이 주차한 차량을 옮기러 나오는 등 2차례 요사채를 드나드는 모습이 촬영됐다. 이어 자승 스님이 요사채 안에서 밖을 한 차례 내다본 후 약 7분 뒤인 오후 6시 43분경 화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보면 화재 발생 전후 요사채를 드나든 다른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오후 6시 50분경 칠장사에 머물던 보살의 119 신고를 접수한 소방당국은 1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진화 작업을 시작했고, 오후 7시 47분경 건물 내부에서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자승 스님의 차에서는 경찰 앞으로 남긴 유서 형식의 메모가 발견됐는데 사인과 함께 “검시할 필요 없습니다.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칠장사 주지스님 앞으로 남긴 다른 메모에는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소. 이 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라는 내용이 역시 사인과 함께 적혀 있었다.
동아일보는 메모 2장의 필적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30일 민간 전문가 3명에게 자문을 의뢰했다. 2009년 자승 스님이 직접 쓴 서명과 이번 메모에 담긴 서명을 비교한 결과 3명 중 2명이 “동일인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나머지 1명은 판단을 유보했다. 경찰도 메모 2장의 진위를 밝히기 위해 필적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 17명은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승 스님의 입적과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하라.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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