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특성화고 68곳이 이달 4일까지 신입생을 모집 중인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 부족 사태가 현실이 되고 있다. 고교에 진학할 중3 학생이 크게 준 탓에 진학 대상자도 줄었다. 여기에 ‘그래도 대학 가야지’라며 특성화고 진학을 기피하는 분위기 탓에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다.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관내 중학교 졸업생의 특성화고 진학률은 2019학년도 18.1%(1만3793명)에서 2023학년도 13.1%(9554명)로 낮아졌다. 신입생 충원율도 마찬가지. 2019학년도 89.0%였던 서울 특성화고 충원율은 2022학년도 78.4%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6.4%로 일시 반등했지만 2007년생 ‘황금돼지띠’ 영향으로 신입생(7만2527명)은 4000명가량 늘고, 모집정원이 감소하면서 발생한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는 신입생 모집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모집 대상인 중3 학생 수(6만7915명)가 4600명 이상 줄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A 교사는 “2학기 내내 영업사원의 심정으로 설명회를 다녔지만 베이커리 등 몇몇 인기 학과 외엔 미충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원자 한 명이 아쉽다 보니 각 지역은 다른 지역에 학생을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 특성화고 68곳 중 48곳은 수도권 또는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뽑는다. 김포 등 서울과 인접한 경기 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 비율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특성화고 전체 신입생 중 타 시도(검정고시 포함) 학생 비율은 2019학년도 15.3%에서 2023학년도 19.7%까지 올랐다. 서울 특성화고 신입생 5명 중 1명은 다른 지역에서 오는 셈이다. 특성화고의 B 교사는 “경기도 특성화고는 학생을 빼앗기는 것”이라며 “최근에는 경기 지역 학교에서 서울 특성화고 입학설명회를 못 열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도 학생들의 진로 결정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한다. 서울에는 직업교육을 원하는 일반고 3학년생을 위탁 교육하는 학교가 6곳 있다. 최근 5년간 8617명이 모교에 적을 두고 이들 학교에서 취업을 준비했다. 연평균 1723명으로 2024학년도 특성화고 모집정원(1만118명)의 17%에 이른다. 편견 때문에 특성화고에 진학할 학생들이 일반고에 갔다가, 다시 취업 준비로 유턴하는 것이다.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숙련된 노동력을 특성화고에서 배출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기술 혁신의 속도에 맞춰 특성화고 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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