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출퇴근 체감비용은]
英-佛, 14년전 신도시 연결 프로젝트
수도권 주요 지점 교통 연계성 높여
“광역 출퇴근망 촘촘하게 구축해야”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들어찬 열차를 여러 번 갈아타다 보면 내가 뭐 하는 건가 싶죠.”
서울 강서구에서 강남구 역삼역 인근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 최모 씨(24)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최 씨의 집에서 직장까지 걸리는 출퇴근 시간은 1시간 남짓. 문제는 한 번에 갈 수 있는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출근할 때마다 지하철 9호선(김포공항역), 3호선(고속터미널역), 2호선(교대역)으로 갈아타야 직장에 도착하는데 어느 하나 만만한 구간이 없다.
최 씨처럼 한국의 직장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수도권 내부를 한 번에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에선 교통 인프라를 확대해 수도권 내 주요 지점의 연계성을 높인 사례가 적지 않다. 이를 통해 통근 시간이 길어지는 걸 막고 교통 혼잡도를 낮췄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가 꼽힌다.
런던은 1965년 행정구역을 개편한 ‘런던 대확장’을 통해 주변 지역을 합쳐 현재의 메가시티로 거듭났다. 면적 1572km²로 서울의 2.6배에 달한다. 인구는 2021년 기준 약 880만 명이다. 인구 증가 등으로 교통 혼잡 문제가 심화하자 2009년 ‘크로스레일 프로젝트’에 착수해 지난해 개통했다. 한국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모델 격인 크로스레일은 총길이 117km, 역 41개 규모로 건설돼 런던의 동서를 별도 환승 없이 관통한다.
파리도 2009년 주변 지역을 통합해 하나의 수도권으로 구축하는 ‘그랑 파리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프로젝트의 중심엔 파리 도심과 주변 지역을 잇는 급행철도인 RER(고속급행전철)이 있다. 5개 노선으로 구성된 RER은 파리에서 약 15∼35km 떨어져 있는 신도시들을 잇는다.
전문가들은 출퇴근 혼잡도를 낮추고 통근 시간을 단축하려면 GTX 조기 개통을 포함해 수도권 광역 출퇴근망을 보다 촘촘히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영국과 프랑스는 대도시권이 확장되면서 광역 급행철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구축에 나섰다”며 “수도권 역시 외곽 신도시와 서울 도심을 잇는 광역 철도망 구축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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