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서류상 사망자 신세였던 50대 남성이 경기 의정부시와 사회복지단체의 노력 끝에 신분을 되찾았다.
의정부시에 따르면 시는 20여 년 동안 서류상 사망자로 살아온 A 씨(57)의 주민등록본을 최근 복원했다.
2000년대 초 가출한 A 씨는 일용직 근로 및 고물 수집을 하며 홀로 생활했다. 그러던 중 약 10년 전 경기 포천시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으며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사망 신고된 사실을 알았다.
A 씨는 2003년 5월 26일 의정부시의 한 연립주택 지하 방에서 발견된 남성 시신 1구로 인해 서류상 사망자가 됐다. 당시 시신 부패가 상당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집 하나를 여러 개의 방으로 쪼개 월세를 준 형태로, 세입자 대부분이 몇 달만 살다 나갔기에 신원 파악이 더욱 쉽지 않았다.
경찰은 탐문 끝에 이 방에 A 씨가 살았다는 얘기를 듣고 노모 등 가족을 찾아 신원을 확인한 뒤 범죄 혐의가 없어 단순 변사로 사건을 종결했다.
A 씨는 삶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주민등록 복원을 위해 노력했지만,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부담돼 결국 포기했다.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이 불가능했고 간단한 계약이나 의료서비스, 금융거래조차 할 수 없어 고시원을 전전했다.
이런 A 씨에게 주민등록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의정부시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는 지난 1월 녹양역 인근에서 노숙하다 시민에게 발견된 A 씨와의 초기상담에서 그가 사망자 신분임을 확인했다.
센터는 A 씨 생존자 신분 회복을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등록부 정정허가’ 소송 수임을 의뢰했고, 최근 법원에서 등록부 정정허가 결정을 받았다. 센터는 각종 절차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식·음료와 구호 물품, 의료진료 연계, 임시거주비를 지원하는 등 일상생활도 관리해 줬다.
시 복지정책과는 A 씨에게 사회복지전산번호를 즉각 부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우선 책정해 생계 및 의료, 주거 등 빈틈없이 서비스를 지원했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시장실에서 열린 ‘부활 주민등록증 전달식’에서 “힘든 날의 연속이었고 사실상 포기했던 삶이었는데,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 새 삶을 얻게 되니 희망이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등록부 정정허가를 신청했을 때 재판부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인지했다. 20년 전 지하 방에서 발견된 시신이 A 씨가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다.
A 씨는 경찰에 “20년 전 지하 방에서 살았으며 돈이 생기면 다른 지역에서 생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A 씨를 불러 행적 등을 정식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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