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땐 초중고서 심폐소생술 교육”…순직 소방관 추모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3일 17시 34분


제주시 한 119센터에 고 임성철 소방장의 순직을 애도하는 전광판 글이 걸렸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대학생 시절 방학 때 10번이나 초중고에 가서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CPR)을 가르치며 소방관을 꿈꿨던 제자인데….”

1일 제주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의 지도교수였던 고재문 한라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침통한 심경을 전했다. 임 소방장 빈소에 조문을 다녀왔다는 고 교수는 “과에 봉사 동아리가 2개 있는데 심폐소생술을 초중고 학생에게 가르치는 동아리와 해수욕장 구조요원으로 봉사하는 동아리다. 다른 학생은 하나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 소방장은 두 동아리를 다 성실하게 했다”며 “아까운 인재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제주도 출신인 임 소방장은 2013년 한라대 응급구조학과에 입학했고 2015년 제대 후 지역 사회에서 활발하게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119 센터에서 실습까지 하면서 준비한 결과 2019년 5월 경남 창원시에서 소방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고, 2021년 10월 고향인 제주로 옮겨 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에서 근무해왔다.

빈소가 마련된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는 동료 소방관과 지인들이 밤새도록 자리를 지키며 안타까워했다. 대학 동기들은 “조용하면서도 리더십이 있고,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며 애도했다.

제주시 연동 제주소방안전본부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3일 오전 9시경 고인의 여자친구라고 밝힌 여성은 합동분향소에 분향한 후 “항상 함께 해서 행복했고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가 기억할게. 위에서는 편하게 오빠가 하고 싶은 거 해. 사랑해”라는 글을 방명록에 남겼다. 제주 여행 중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분향소를 찾은 관광객도 있었다. 여행 중 분향소를 찾았다는 중년 여성은 “내 아들도 소방관인데 부고를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천국에서 영면하길 기도한다”고 했다.

제주소방안전본부 온라인 추모관에는 1만6000여 명이 온라인 헌화에 참여했다. 고인의 친구라고 밝힌 한 추모객은 “원하는 것 있으면 내 꿈속에 나타나서 말해줘. 다 들어줄게. 꼭 와라. 너를 보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다”며 “보고싶고, 고생했고, 사랑한다”고 적었다.

고인의 영결식은 5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제주도청장으로 엄수된다. 유해는 영결식 당일 오전 5시 반 발인 후 고인이 근무했던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와 생가 등을 거쳐 영결식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오후 3시경 제주시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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