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한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서연 씨(22)는 “지난달 치러진 총학생회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입학하자마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혼자 과제도 하고 시험도 치렀다”며 “혼자 대학생활을 거의 다 했는데 총학생회장을 굳이 왜 뽑아야 하나 싶다”고 했다.
최근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에 서울 주요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가 줄줄이 무산되는 모습이다.
서울대는 지난달 13일부터 닷새간 총학생회 선거를 실시했지만 투표율이 24.4%로 개표 기준(50%)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역대 최저 투표율로 투표함도 열지 못한 채 선거가 무산됐다. 서울대는 앞서 코로나19 확산 기간이었던 2019∼2021년에도 후보자 중도 사퇴 등의 이유로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했다. 동국대 역시 27∼29일 실시한 총학생회 투표에서 투표율이 43.8%에 그쳐 총학생회 구성에 실패했다.
후보가 없어 선거가 무산된 곳도 있다. 홍익대는 올해 총학생회 후보가 없어 단과대 학생회장만 선출했다. 한양대도 2018∼2021년 총학생회 선거에서 후보가 없거나 기준 투표율에 미달해 학생회 구성에 실패했다.
총학생회 선거에 무관심해진 원인으로 학생들은 코로나19와 함께 극심한 취업난을 꼽았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A 씨(23)는 “일찍 취업 준비에 뛰어들다 보니 학교는 학점만 잘 받으면 되는 곳이란 생각이 크다”며 “자연스럽게 2학년 때부터 학생회 투표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서모 씨(24)는 “총학생회가 그동안 취업난 해결이나 학생 복지 증진보다 총장 선임, 교수 비리 등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다 보니 효용성을 체감하기 어려웠다”며 “굳이 투표해 정당성을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대학 학생회 측은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경품을 내걸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생회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증명해야 ‘총학 무용론’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학생운동은 사회 변혁을 내세워 호응을 얻었지만 지금의 대학생들은 개인화된 다양한 욕구를 갖고 있다”며 “현재 청년들이 원하는 욕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해 총학생회가 새로운 운영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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