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대표 99명 의견 모아
구체적 사용 기준은 못 만들어
‘법원장 추천-재판지연 문제’ 이견
전국 법관 대표들은 “판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할 때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구체적인 SNS 사용 기준을 만들지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일단 자율 규제에 맡기기로 했다.
4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 참석한 99명의 법관 대표들은 법관의 SNS 사용과 관련해 ‘법관은 SNS를 이용할 때 법관으로서의 공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외관을 만들거나 법관으로서 품위를 손상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안건을 찬성 53명, 반대 35명, 기권 11명으로 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SNS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 논란이 됐던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 같은 사례가 반복될 경우 사법부 전체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박 판사는 올 8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박 판사가 지난해 대선 직후 자신의 SNS에 “이틀 정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글 등을 올렸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다만 이날 법관대표회의에서 ‘대법원 등이 판사의 SNS 이용 관련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안건은 찬성 46명, 반대 46명, 기권 5명으로 과반에 이르지 못해 부결됐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법관의 사생활은 개인의 책임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선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재판 지연에 미친 영향 등을 놓고도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수직 서열화를 막겠다”며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했지만 사법부 안팎에선 “인기투표로 전락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재판 지연 원인 중 하나”란 지적이 나왔다. 대표회의 관계자는 “재판 지연의 원인을 심각하게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관대표회의에선 ‘대법원이 판사 임용에 필요한 법조인의 최소 경력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내용도 가결됐다. 2013년 시행된 ‘법조 일원화’ 제도는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졸업하면 바로 판사로 임용하지 않고 5∼10년 법조 경력을 쌓은 변호사나 검사를 판사로 임용하는 제도다. 판사 부족 사태를 우려해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자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2029년부턴 10년 이상 경력자만 판사로 임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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