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배터리를 값싼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불안정한 활성산소를 없앨 수 있어 대용량의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이현욱 교수팀이 배터리 양극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생체반응 모방형 전해액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물질은 인체의 노화를 늦춰주는 항산화제처럼 배터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와 반응해 배터리의 노화를 막는다. 연구팀이 기존에 발표했던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MA-C60)에 비해 약 350분의 1 가격(약 1g당 1200원)으로 만들 수 있다.
전기자동차 및 대용량 에너지저장 장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높은 용량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기존 고용량 양극 연구는 높은 용량을 낼 수 있지만 수명이 짧다는 단점을 가진다. 대표적인 이유는 배터리 충·방전 중 발생하는 활성산소 때문이다. 활성산소는 전해액을 분해해 배터리 안에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활물질을 용해하거나 배터리를 팽창시키는 등 배터리 성능을 크게 저하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산화제에 주목했다. 대표적인 항산화제에는 ‘페놀’류가 있는데, 양성자 이동을 통해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때문에 리튬 이온 기반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연구팀은 인체 안에서 불균등화 반응 한 가지 반응물에서 산화와 환원이 동시에 일어나는 반응으로 활성산소를 없애는 작용 원리를 차용해 페놀류 항산화제를 리튬 이온 배터리용 첨가제로 변모시켰다. 페놀에 메톡시 그룹을 결합해 항산화효소를 모방한 촉매인 ‘구아이아콜’을 만들었다. 구아이아콜은 리튬화 된 활성산소와 결합해 활성산소를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는 ‘리튬 과산화물’과 ‘산소’로 바꾼다.
연구팀은 컴퓨터적 계산을 통해 구아이아콜이 리튬화 된 활성산소의 흡착에너지와 불균등화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감소시켜 효율적으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밝혔다. 즉, 구아이아콜이 활성산소를 제거하면서 불균등화 반응을 촉진해 활성산소로 인한 나쁜 반응을 막는 것이다.
구아이아콜은 전해액에 소량(0.3 wt%) 첨가하면 전해질 용매 대신 활성산소와 반응해 전해액 분해를 막는다. 첫 번째 충전 시 산화되면서 양극에 보호막을 형성해 배터리를 사용하는 동안 구조가 변화하는 것을 막는다. 구아이아콜은 기존 전해질과 비교해 80%까지 용량을 유지하며 약 4배 정도 길게(65회 정도의 충·방전) 배터리를 사용하게 해준다. 200회의 충·방전 실험에서도 70%까지 높은 용량 유지율을 보였다.
송현곤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는 “구아이아콜은 본 연구팀이 이전에 발표한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MA-C60)의 항산화효소 모방 촉매 특성을 이은 루테늄 기반 리튬 과잉 양극용 최초의 유기물 항산화 첨가제”라며 “리튬 과잉 양극뿐 아니라 활성산소가 문제 되는 다른 고용량 양극에도 적용해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의 권위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10월 16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11월 27일 출판됐다. 연구 진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삼성 SDI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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