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던 광역버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모녀를 들이받아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유족 측은 버스 운전기사와 절대 합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일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광역버스 운전기사 60대 A 씨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상 치사와 어린이보호구역 치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 씨는 이날 오전 8시 55분경 의정부시 장암동의 한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50대 엄마와 유치원생 딸 등 2명을 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보행자 신호는 초록 불이었으며 A 씨가 차량 정지 신호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를 당한 엄마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함께 있던 유치원생 딸은 다리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버스에 타고 있던 A 씨와 승객 등 15명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지 신호와 보행자를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에게서 음주와 마약 반응 등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A 씨가 전방주시 태만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인근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당시 버스의 속도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숨진 50대 여성의 동생이라는 B 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B 씨는 “그날은 제 생일이었다. 오전 10시경 누나에게 교통사고가 났다는 매형 전화를 받고 달려갔지만 이미 누나는 숨져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누나가) 오전 9시경 늦둥이 6세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러 아파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광역버스가 신호를 위반하고 누나와 조카를 치었다”며 사고가 난 장소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카는 5㎝가량 이마가 찢어지고 타박상을 입었다”며 “누나는 머리를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119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고 전했다.
B 씨는 “버스 사고가 정말 많은데 처벌은 미약하다. 이 버스 기사는 실형을 얼마나 살까”라고 토로하며 “매형을 비롯해 우리 가족은 (버스 기사와) 합의 안 해주겠다고 단언했다”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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