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심 문화재 보호 규제 때문에 다 쓰지 못한 용적률(땅 면적 대비 건물 바닥 면적을 합한 면적의 비율)을 다른 지역에 팔 수 있게 하는 ‘용적률 거래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도심 고층 개발을 원하는 경우 문화재 인근 지역이어서 높이 개발할 수 없는 지역의 용적률을 구입해 해당 지역 용적률 규제보다 더 높이 올릴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내년 2월부터 연말까지 3억 원을 투입해 ‘도심 재개발 활력 제고를 위한 용적거래 실행모델 개발 용역’을 진행한다고 5일 밝혔다. 용적률 거래제는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도쿄 등에 도입돼 있는데, 이들 도시의 도심 고밀 개발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용적률 거래제가 도입되면 탑골공원 등 문화재 인근 지역이나 남산처럼 고도 규제가 있는 곳의 용적률을 판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용적률이 1000%인 상업지역에 문화재로 인해 용적률을 300%만 사용했다면 나머지 700%를 판매하는 식이다.
용적률 구매자는 더 높이 건물을 올릴 수 있고, 판매자는 용적률을 포기한 대가를 받아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문화재 주변의 개발 압력을 해소하는 동시에 다른 도심 지역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시는 연구용역을 통해 실제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지역을 도출하고, 다수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용적률 가치 산정 방식을 제시할 방침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제대로 활용될 수 있다면 개발 억제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라면서도 “다만 용적률의 가치를 세밀하게 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175 파크 애비뉴 프로젝트의 경우 그랜드센트럴터미널 역사의 용적률을 2021년 획득해 83층 초고층 건물로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용적률 거래를 통해 도쿄역 인근 저층부 높이는 31m를 유지하고, 바로 뒷건물에 고층 복합개발을 추진했다. 국내에도 가까운 필지끼리 용적률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결합건축제’가 있지만 건물 간 거리 등 규제가 까다로워 거의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