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 위반 등 혐의…13억7987만원 추징
"성실히 국방 의무 수행한 청년들 상실감"
뇌전증 가장해 유명인들 병역 면탈 도와
‘가짜 뇌전증(간질)’ 진단 수법을 사용해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의 병역 면탈을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역 브로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김윤희 판사는 6일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구모(47)씨에 대해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범죄수익 13억7987만원에 대한 추징명령도 내렸다.
김 판사는 “이 사건 범행 대부분을 자백하고 있으나 개인적 영리를 위해 병역 면탈을 위한 수법 중 하나로 뇌전증 증세를 가장하는 방법을 만들어냈고, 병역 연기 방법을 알기 위해 찾아온 병역 의무자들을 적극 설득해 적게는 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을 대가로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구씨가 범행 준비 과정에 상당한 기간을 두고 치밀하게 계획한 점, 병무청 공무원 등을 속인 점,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이 자신을 통해 병역 의무를 면제받은 것처럼 허풍을 떨어 계약을 요구했다는 점, 범죄수익이 13억원을 넘는다는 점 등도 불리한 사정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하여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청년들은 깊은 상실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구씨에게 병역 면탈을 의뢰한 혐의를 받는 박모(31)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구씨는 허위 뇌전증 진단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병역 의무자들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 판정을 받도록 돕고 그 대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군 수사관 출신인 구씨는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병역 의무자를 위한 상담 카페를 개설한 뒤 자신이 만든 시나리오에 맞춰 발작 등을 호소하게 해 의뢰인의 병역 면탈을 도왔다. 구씨는 과거 행정사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병역 면탈 시나리오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 그룹 출신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와 래퍼 나플라(본명 최니콜라스석배), 배구선수 조재성, 축구선수 김명준·김승준 등이 구씨의 손을 거쳤다. 이들은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며, 일부는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앞서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병역면탈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수사를 벌인 뒤 같은 달 구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후 지난 9월 검찰은 구씨를 관련 혐의로 추가 기소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구씨에 대해 징역 5년형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13억7987만원을 추징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구씨는 “저로 인해 주변 많은 분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입힌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반성을 했다. 앞으로는 조금이나마 사회에 봉사하는 일원으로 착실히 살아가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