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수록 행복” 25년째 자비 전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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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신행회, 광주 소외계층 지원… 동현 스님과 소원우체통 운영
초등생 55명에게 물품 후원… 복지시설에 샌드위치 정기 나눔
학대 피해 아동 지원 등에 힘써

2일 광주 동구 장동 자비신행회 건물 2층 회의실에서 동현 스님(가운데)과 자비신행회 회원이 초등학생들에게 전달할 소원우체통 선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일 광주 동구 장동 자비신행회 건물 2층 회의실에서 동현 스님(가운데)과 자비신행회 회원이 초등학생들에게 전달할 소원우체통 선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2일 낮 12시경 광주 동구 장동 자비신행회 건물 2층 회의실. 초등학생 5명이 잔뜩 기대에 부푼 얼굴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회의실 탁자에 겨울옷과 컴퓨터 무선 키보드, 신발 등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문화가정의 자녀 A 양(13)은 “소원우체통에 겨울 재킷 등 옷이 필요하다고 적었는데 그 소원이 이뤄졌다”며 좋아했다.

광주 동구와 북구의 초등학생 6명은 이날 그토록 받고 싶던 선물을 한아름 품에 안고 돌아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한 학생은 소원우체통에 청소기를 받고 싶다고 썼다. 아픈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했다.

‘동현 스님의 행복을 배달하는 소원우체통’으로 이름 붙여진 행사는 올해 7월부터 연말까지 광주 14개 초등학교 학생 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우체통에 소원을 적은 초등학생들의 사연은 다양했다.

탈북민 초등학생은 중국에 홀로 남겨진 누나를 한국에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행운을 상징하는 네잎 클로버를 모으고 있다는 사연을 적었다. 또 다른 초등학생은 “몸이 아픈 아빠가 신을 수 있는 좋은 신발을 받고 싶다”고 적어 소원을 이뤘다.

광주 북구 두암동에 자리한 신광사 주지인 동현 스님은 소외계층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꿈과 희망이 꺾이지 않도록 소원우체통을 마련하고 1000만 원을 내놓았다. 소원우체통 덕분에 초등학생 55명에게 20만 원 상당의 선물이 배달됐다. 동현 스님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데 잘 커서 이 나라의 일꾼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을 도울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자비신행회 건물 1층 주방에서는 봉우리 봉사단원 10여 명이 광주 아동복지시설에 전달할 샌드위치를 만드느라 분주했다. 김인선 봉우리 봉사단 회장(50)은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영아원 등 아동복지시설에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내고 있다”며 “모두 잘 먹고 힘내라는 뜻으로 주방을 ‘힘찬 샌드위치 가게’로 지었다”고 말했다.

1층 식당에서는 요리와 미술을 배우는 ‘나르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동청소년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자비신행회 1층 식당은 평일 낮에는 어르신 90여 명에게 무료 급식을 하고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어린이 식당으로 운영된다. 식당에서 2년째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김정아 씨(50)는 “누군가에게 든든한 한 끼가 될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면서 작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1999년 이화영 이사장을 비롯해 독서모임 회원 5명이 사비로 소외계층을 위한 도시락을 만드는 것이 자비신행회의 씨앗이 됐다. 회원 가운데 상당수는 20여 년째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 자비신행회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고 25년째 자원봉사자들의 기부로만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비신행회는 현재 학대 피해 아동 지원, 청소년 가구 지원 사업, 푸드마켓 등 50여 개 사회복지사업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아동·청소년 1만206명, 소외계층 9371명, 홀몸노인 8733명, 청년 303명 등 2만8613명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다. 무려 2229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했고 봉사활동 시간도 7389시간이나 된다.

김영섭 자비신행회 사무처장은 “자비신행회는 광주 시민이 종교, 연령 등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언제나 사회 어두운 곳을 밝히는 등불이 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자비신행회#소외계층 지원#동현 스님#소원우체통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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