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전담조사관’이 맡는다…“전문성 최우선 고려 채용”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7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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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늘 '학교폭력 사안처리 개선 방안' 발표
퇴직 수사관이나 퇴직 교사 위촉 '전담조사관'
내년 3월 목표로 전국 교육지원청에 총 2700명
학교 밖은 물론 안에서도…사안 경미해도 조사
전문성 최우선 고려…채용 후에도 교육·연수 병행
처우·임금 수준 협의 중…"월 평균 2건 정도 담당"
SPO 지원 받아 조사…SPO 규모 10% 증원한다

이르면 내년 1학기부터 교사를 대신해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조사관이 도입된다. 퇴직 수사관 등이 학교 안팎의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맡게 되며, 학교는 이를 검토해 종결하거나 교육지원청에 생길 전담기구로 넘기게 된다.

선도나 예방 활동에 머물렀던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역할도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돕는 수준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정원 역시 현재보다 10% 늘어난다.

정부는 자질 부족 우려가 없도록 조사관 채용 때 전문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채용 기준을 마련할 때 학부모와 교사를 논의에 참여시킨다는 구상이다.

◆퇴직 수사관·교원이 학교폭력 업무담당…내년 2700명 투입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합동 브리핑을 갖고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 및 SPO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도입이다.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학교폭력 사안 조사를 맡게 되며 퇴직 수사관이나 퇴직 교사 출신이 위촉된다.

관계 당국은 학교 밖은 물론 교내에서 발생한 학교폭력까지 전담조사관에게 사안 조사를 맡길 방침이다. 가볍게 다퉈도 전직 경찰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진 교원과 학부모(3분의 1 이상)로 구성되는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사안을 1차적으로 조사해 왔다. 이 때문에 학부모의 ‘제 식구 감싸기’나 교원을 상대로 한 과도한 교권침해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전담조사관을 연간 학교폭력 발생 건수(지난해 6만2052건)를 고려해 총 2700여명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177개 교육지원청(교육지원청이 없는 세종시교육청 포함) 전체에 15명씩 배치하는 셈이다.

조사관을 채용할 때에는 전문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자질 부족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채용 기준을 마련할 때 학부모와 교사의 논의를 거치도록 하고, 채용 이후에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연수를 병행할 계획이다.

이 부총리는 “(SPO 채용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고, 전문성 있는 분들을 최대한 많이 뽑을 계획”이라며 “연수 프로그램 등 전문적인 훈련을 받아 사안을 처리하도록 질을 올리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담 조사관은 위촉직으로 인건비는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일부를 활용하고 시도교육청 자체 예산을 활용해 부담한다. 충분한 사전 연수 후 투입한다는 방침이며, 이를 위한 표준 매뉴얼도 마련한다.

조사관의 처우·임금 수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추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국장)은 “조사관은 한 달에 평균 2건 정도를 담당하게 돼, 그에 맞는 처우나 임금이 고려돼야 한다”면서도 “역량 있는 퇴직 교원과 수사관이 올 수 있도록 규모를 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내년 3월부터 2700명을 확보해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사전설명에서 내년 신학기가 시작하는 3월을 출범 목표로 하되, 법령 개정과 예산 및 지역별 학교폭력 발생 양상에 따라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은 “2700명은 (작년 학교폭력 발생 건수인) 6만2000건을 염두했을 때 필요한 규모라 3월 1일에 모두 채용돼야 되는 건 아니다”며 “채용규모는 금방 채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는 사안 조사 부담을 덜고 교육적 해결에 집중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조사관 조사 결과에 따라 경미하거나 피해자의 요청이 있다면 자체 종결할 수 있지만 중대하면 교육지원청으로 간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발생한 학교폭력 사안의 약 61%가 학교에서 자체 종결됐고 38%가 중대한 사안으로 분류돼 교육지원청 학폭위 심의를 받았다.

◆경미한 사안도 조사관이 담당…SPO 정원도 105명 순증


학교폭력 사례회의는 교육지원청 단위 ‘학교폭력 제로센터’ 안에 마련된다. 전담 조사관, SPO, 변호사 등이 참여해 완결성과 객관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한다.

학교폭력 사례회의는 검토 후 결과를 학교에 통보하고 학폭위에 심의를 요청한다. 학폭위는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서면사과~강제전학 또는 퇴학) 수위와 피해자의 보호, 분쟁 조정을 결정하는 기구다.

학폭위에는 SPO를 반드시 위촉하고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참여 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릴 방침이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는 10명 이상 50명 이내 규모로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관할 구역 내 학부모로 위촉하고 있다.

이번 방안에서 또 하나의 특징은 학교폭력 사안 조사과정 전반에 SPO가 개입해 지원한다는 점이다. 신설되는 전담 조사관과 정보를 공유하고 자문을 제공하고, 학교폭력 사례회의와 학폭위에 참여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는 현행 1022명인 SPO 정원을 10% 증원한 1127명으로 105명 순증하기로 했다. 1명당 12개 학교를 맡던 것을 1명당 10개교로 줄인다는 것이다. 인력 증원에 따른 활동비 증액분은 관계 부처 협의를 통해 내년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방안은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 이은 9월 공교육 멈춤의 날, ‘교권 4법’의 국회 통과에 따라 교사들을 만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추진됐다. 교사들은 학교 밖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까지 자신들이 사안 조사를 맡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 달라 요구했고, 이에 윤 대통령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는 이번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편 역시 교사들과 만난 윤 대통령이 강조했던 ‘학교 규범’(School Society Rule) 마련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학교폭력은 아이들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을 받을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이 바로 서는 질서 있는 학교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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