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울산 울주 범서읍에 위치한 한 마트. 전날 발생한 정전의 영향으로 CCTV를 비추는 모니터가 고장나 복구되지 않고 있다.2023.12.7/뉴스1
“아이들 하교해서 제일 바쁠 오후 3시에 하필… 포스기가 안 켜져 장사를 못하니까 손님들은 그냥 싹 돌려보냈죠”
정전 피해가 발생했던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마트 종업원은 전날 일을 기억하며 한숨 쉬었다.
마트 종업원 김모씨(34)는 “마트에 온통 냉장, 냉동식품들이라 피해 시간이 길어질까봐 조마조마했죠. 냉동고 문을 열면 냉기가 빠져나갈까봐 최대한 안 건드려서 위쪽의 아이스크림만 살짝 녹았다”고 말했다.
같은 상가 옆 반찬가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반찬가게 사장 김모씨(62)는 “어제 김치 담그다가 불이 안 들어오니까, 김치도 못 담그고 장사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모씨는 “장사 못했으니 전기세라도 깎아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여름이 아니라서 피해가 이만했지만 전기가 없으니까 아무 일도 못한다. 큰일난다”고 토로했다.
7일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마찬가게 사장은 김치를 담그며 “전날도 김치를 담그다 정전이 돼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2023.12.7/뉴스1 원인도 모른 채 갑작스럽게 발생한 정전사태에 놀란 시민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실로 전화했다. 관리사무실 관계자는 “약 2시간 동안 100건이 넘는 문의전화가 빗발쳤다”며 혼란스러웠던 전날을 회상했다.
관리사무실 관계자는 “관련 안내 문자를 받지 못한 채 정전으로 불편을 겪으니 관리사무실로 많이 전화가 왔는데, 저희도 한전에 연락해도 연결이 되지 않아 ‘원인을 모른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발전기를 돌려 승강기, 공용 공간, 1층 전등 등은 정상 가동됐지만 세대 내 전력이 모두 차단돼 주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6일 오후 3시 37분께 울산 옥동변전소 설비 고장으로 남구와 울주군 일대 15만 5000여 세대에 전력이 끊기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2017년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20만여 세대 규모의 정전 사고 이후 가장 피해 규모가 컸다. 6년만에 대규모 정전이 재발한 것이다.
이번 정전으로 건물 내 전기는 물론 교통 신호등도 모두 꺼져 경찰에는 총 122건(교통불편 119건, 위험 방지 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울산소방본부에는 엘리베이터 갇힘 신고 29건, 비상발전기 작동에 따른 연기 발생 신고 24건, 정전 문의 528건 등의 신고 전화가 이어졌다.
한전은 7일 오전 9시 긴급 경영진 비상경영회의를 소집해 “대규모 정전으로 국민들께 심대한 불편을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사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긴급 고장조사반을 가동해 향후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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