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 초동 조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군사법원 재판이 7일 시작됐다.
박 대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소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첫 공판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오늘 난 국방부 검찰단의 무도한 수사와 기소로 군사재판을 받게 됐다”며 “재판에 충실히 임해 내 무고를 밝히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채 상병의)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경찰 수사는 요원하고 수사 외압을 조명하는 공수처 수사가 더뎌 안타깝고 답답한 심정”이라고도 했다.
박 대령의 재판 출석에 동행한 한 예비역 동료는 “우린 이 사건을 ‘항명’ 사건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며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의) 이첩을 보류하라거나 내용 변경을 유도하거나 이첩을 중지하란 명령 자체가 불법이고 항명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대령은 당시 채 상병 사고 조사와 관련해 ‘기록 이첩 보류 중단 명령에 대한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올 10월 국방부 검찰단에 불구속 기소됐다.
박 대령 측은 이 같은 혐의를 부인하며 오히려 “채 상병 사고 처리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 등의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전에 해병대 제1사단 소속으로 복무했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올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후 이 사고의 초동 조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에서 ‘사단장(임성근 소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관할 경찰에 이관할 예정’이라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했고, 수사단장이던 박 대령은 7월 30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해당 보고서를 대면 보고했다.
하지만 박 대령은 8월 2일 관련 서류를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돼 군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이 장관이 대면 보고 다음 날인 7월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음에도 박 대령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반면 박 대령은 채 상병 사고 관련 서류의 ‘이첩 보류’ 지시를 명시적으로 듣지 못했고, 오히려 사고 보고서 처리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로부터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가운데 사고 다시 해병대 1사단장이었던 임성근 소장은 박 대령에 대한 첫 공판을 앞두고 자신을 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한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가 잘못됐고, 그 이첩을 보류한 이종섭 당시 장관의 지시는 정당하며, 이 지시를 따르지 않는 박 대령에겐 ‘항명죄’가 성립한다는 진술서를 최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임 소장은 “나의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 현장 지도 간에 이뤄진 행위는 조금도 위법하지 않다”며 “어떤 대화나 회의 중에도 ‘물에 들어가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물에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향후 박 대령에 대한 재판 과정에선 그의 항명 혐의 성립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 당국은 앞서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인계했던 채 상병 사고 조사 기록 8월 2일 당일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곧바로 회수했다.
이후 국방부조사본부에서는 해당 기록을 재검토한 뒤 해병대 수사단에서 혐의자로 특정했던 8명 가운데 임 소장 등 4명의 혐의는 적시하지 않고 다른 하급 간부 2명은 명단에서 제외한 채 8월 24일 경찰에 이첩·송부했다.
이에 따라 현재 채 상병 사고 당시 군 관계자들의 책임 여부 등에 대한 수사는 민간 경찰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 대령 측은 이와 별개로 채 상병 사고 처리 문제와 관련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등의 이유로 일부 국방부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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