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앞에서 만난 김모(38)씨의 말이다. 그는 이틀 전부터 독감 증세를 보인 두 살 자녀를 데리고 아침 일찍 소아과를 찾았지만, 2시간 가까이 기다린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똑닥’에 실패해서 (소아과) 문을 열자마자 달려왔는데, 앞에 25명 대기가 있었다”며 “반강제로 유료 앱을 써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최근 겨울철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어린이 환자가 늘고 있지만, 소아과는 수십명의 대기자가 예약돼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비대면으로 병원 진료를 예약할 수 있는 앱인 ‘똑닥’이 지난 9월 유료화되면서 불만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똑닥은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여겨지며 올해 들어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휴대전화로 미리 병원 진료를 예약하고 진료 시간에 맞춰 병원에 방문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유료인 데다 전자기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사용할 수 없다는 문제를 낳고 있다.
만 3세 자녀를 둔 정모(40)씨는 최근 똑닥을 안 쓰는 병원으로 자녀 병원을 옮겼다고 한다.
그는 “아이가 아플 때 가끔 가던 병원에 똑닥이 도입돼서 2번이나 진료를 못 받고 돌아갔다”며 “민간 서비스가 유아 진료의 문고리 역할을 하는 게 이해가 안 가서 이용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1살 자녀를 키우는 임모(35)씨도 “똑닥 예약은 대학 때 인기 과목 수강 신청하는 것 같다”며 “잘 보는 소아과를 찾기도 어렵고 예약도 안 되니 아이 키우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똑닥을 이용하지 않은 이들이 현장 접수를 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경험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장에 늦게 온 똑닥 예약 환자가 현장 접수 환자보다 먼저 진료를 보면서 갈등이 생겼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전날(6일) 한 커뮤니티에 “소아과는 한산했는데, 전부 똑닥으로 예약했던 거였다”며 “63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해서 결국 진료 못 받고 주변 소아과를 전전했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침 8시30분 여는 소아과에 다니는데 똑닥으로 예약 못 하는 경우 7시30분에 가서 줄을 선다. 그래도 몇 명이 와있다. 특히 토요일은 엄청나다”고 했다.
유료화에 따른 이용자 간 의료서비스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소아과 의원 앞에서 만난 최모(43)씨는 “옆에서 손자를 데리고 (진료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대기실에 앉은 사람은 적은데 대기가 많은 걸 보고 ‘사람들이 다 대기 걸어놓고 돌아보러 갔구먼’이라고 했다. 앱으로 예약할 수 있다고 하니 ‘몰랐다’며 당황해했다”고 했다.
병의원과 플랫폼이 서비스 수혜를 함께 받지만, 서비스 비용을 시민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업체는 예약 편리성을 내세우지만 사전 문진 정보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일반 서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은 갑질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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