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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삐뚤빼뚤 적힌 봉투 속 100만원…94세 할머니의 선물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3-12-07 17:08
2023년 12월 7일 17시 08분
입력
2023-12-07 17:06
2023년 12월 7일 17시 06분
이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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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제공
“부모님 없이 큰 아이들에게 써 주세요.”
올 10월 중순 서울 관악구에 있는 대한적십자 서울지사 남부봉사관 사무실에 백발의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이같은 내용이 삐뚤빼뚤 적힌 봉투를 건네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자리를 황급히 떴다. 봉투 안에는 5만 원짜리 지폐 20장이 들어있었다.
7일 대한적십자사는 10월 13일 94세 할머니가 적십자사 사무실을 찾아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할머니는 혼자 남부봉사관을 찾아 책임자인 봉사관장을 찾았다고 한다. 이후 봉사관장을 만나자 현금 100만 원이 든 흰 봉투를 건넸다.
봉투 겉면에는 “우리 손자 손녀 4남매(가) 중·고등학교 때 도움을 받았다”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또 기부금에 대해 “약소하다”며 자신의 신분에 대해선 “저는 94(세)”라고만 썼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기부금을 전달하고 바로 떠나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다”며 “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사업을 통해 손주들이 지원을 받고 고마움에 기부금을 내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적십자사 서울지사는 기부자의 뜻을 기려 아동복지시설 퇴소 후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과 위기가정 아동·청소년 등에게 생계·주거비를 지원하는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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