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
소청과 지원율 24개 과목중 최저… 흉부외과 38%-산부인과 67% 그쳐
피부-안과 등 인기과목은 정원 넘겨… “필수의료 공백 이어질것” 우려 커져
내년도 상반기(1∼6월) 레지던트 모집 결과 필수의료 분야 중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원이 205명인데 지원자는 53명뿐이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외과 등의 필수의료 분야들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레지던트는 입원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며 당직을 서고,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병원 핵심 인력이다. 이 때문에 레지던트 미달과 공백 사태는 향후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인기과-비인기과 양극화 뚜렷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의대 졸업 이후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인턴 수련을 1년 하고, 이후 진료 과목을 선택해 레지던트 수련을 3∼4년 거쳐야 한다.
8일 보건복지부는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 차 모집 지원 결과’를 발표했다. 총 140개 병원(정원 3345명)에 3588명이 지원했다. 최종 선발된 이들은 내년 3월에 레지던트 1년 차 업무를 시작한다. 떨어진 이들은 다음 선발을 기다리면서 대기해야 한다.
이른바 필수의료 과목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율이 26%로 전체 24개 과목 중 가장 낮았다. ‘빅5(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병원 중 3곳(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소아청소년과는 미달됐다. 특히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가 없었다. 다른 필수의료 분야인 △심장혈관흉부외과(38%) △산부인과(67%) △응급의학과(80%) △외과(84%) 역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에 현장 의료진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의 지원율은 미래의 불안을 반영한 수치”라며 “정부의 필수의료 대책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냉정한 평가”라고 밝혔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내과는 지원자(657명)가 정원(622명)보다 많아서 지원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원자 중 상당수는 서울의 주요 대형 병원으로 몰렸고 부산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지역의 대학병원은 미달이라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일명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으로 불리는 인기 과목들은 모집 정원을 훌쩍 넘겼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원 142명에 지원자 254명이 몰려 지원율(179%)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안과(173%) △성형외과(166%) △재활의학과(159%) 등 순이었다.
● 비수도권 정원 늘렸지만 부작용도
정부는 지방 의료를 살리겠다며 올해부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레지던트 정원을 바꿨다. 작년까지는 정원 비율이 수도권 61.9%, 비수도권 38.1%였는데 올해는 수도권 55.8%, 비수도권 44.2%였다. 수도권을 줄이고 비수도권을 늘린 것. 복지부는 “이 같은 조치로 올해 비수도권 지원자(1298명)가 지난해보다 158명 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수도권 인기과 정원이 늘자 지원자들이 그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또 필수의료 분야를 지망하는 의사들 중에는 주로 ‘서울 대학병원 교수직’을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도권 정원이 줄다 보니 “차라리 비필수 과목으로 바꿔서라도 수도권에 남자”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심장혈관흉부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는 지난해 대비 올해 지원율이 감소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역에 전공의를 더 배치한다고 지역의 응급의료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공의가 지역에 남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과 근무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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