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나와도 숨기면 그만”…인도 점령한 불법 옥외 광고물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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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9일 0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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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전북대 구정문 앞 거리에 각종 옥외 광고물이 설치돼 있다.2023.12.7./뉴스1
7일 전북대 구정문 앞 거리에 각종 옥외 광고물이 설치돼 있다.2023.12.7./뉴스1

지난 7일 오후 6시께 전북 전주시 금암동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

형형색색 조명으로 물든 거리에는 철제 현수막, 풍선 입간판 등 각종 옥외 광고물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시민들은 광고물을 피하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한 노래방 입구 앞에는 건장한 성인 남성 체격보다 큰 풍선 입간판이 화려한 빛을 뿜으며 인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풍선 입간판과 연결된 전기 배선이 인도를 가로질렀다. 휴대폰을 보면서 걷던 일부 시민은 뒤늦게 철제 광고물을 발견하고 뒷걸음쳤다.

대학로 중심 거리에서 벗어난 골목길에 들어서자 이곳에도 각종 입간판이 줄지어 있었다. 한 셀프 사진관 앞에는 인근 가게를 홍보하는 대형 현수막 2개가 출입문 양 옆을 가로막고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은 사진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손님들 때문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연서씨(24·군산)는 “옥외 광고물을 피하기 위해 도로 가장자리로 걷다가 구두 굽이 배수구에 끼어 넘어진 적이 있었다”며 “가게를 알려야 하는 업주들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시민 통행에 불편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피해를 보는 건 시민뿐만이 아니다. 주변 상점 주인들도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인근 상점 옥외 광고물 때문에 저희 매장을 찾는 손님들이 바로 들어오지 못하고 우회해서 들어오고 있다”며 “요즘 자영업자들이 힘든 걸 알기 때문에 굳이 따지지 않고 손님들에게 대신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옥외 광고물은 너비 60cm, 높이 1.2m 이하의 크기로 설치돼야 한다. 또 조명 보조 장치가 장착된 풍선 입간판도 감전 위험 때문에 거리에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날 찾은 대학로에 설치된 입간판 대부분은 기준 규격을 초과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광고물을 정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자체의 단속 인력이 부족한 데다 업주들이 꼼수를 부리고 있어서다.

금암동 등을 관할하는 덕진구가 최근 3년간 불법 광고물을 단속한 결과 2021년 269건에서 2022년 247건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2023년(1~11월)에는 730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주춤했던 상가에 생기가 돌면서 옥외 광고물을 통한 홍보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태료 부과까지 이뤄진 경우는 2021년 1억7000만원(60건), 2022년 2억3000만원(66건)에서 올해는 7800만원(18건)으로 크게 줄었다.

적발 건수와 과태료 부과 건수가 큰 차이를 보이는 건 지자체가 처벌보다 계도 위주로 단속하고, 상습 위반자를 중심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하는 업체들은 단속에 적발됐을 때에만 일시적으로 광고물을 철거하고 다시 꺼내놓는 것으로 나타났다.

덕진구청 관계자는 “옥외 광고물은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업주가 불법으로 설치해도 구청이 임의로 이동하거나 철거할 수 없다”며 “‘불법 광고물을 없애달라’고 계도해도 업주들이 그 기간에만 잠시 접어두고 다시 설치하기 일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태료 부과 등 단속도 중요하지만 시민 안전을 생각하는 업주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며 “불법 광고물로 불편을 겪는 시민은 국민신문고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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