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포기하고 재수학원 조기 등록
의대 정원 확대에 N수생 증가 전망
수능 수학 1등급 96.5%가 이과
문과생의 미적분-기하 전환 늘듯
“1교시(국어 영역)부터 너무 어려워 다 망쳤어요. 재수할게요.”
학부모 A 씨의 고3 아들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8일 재수를 선언했다. A 씨가 주말(9, 10일) 동안 서울 강남, 송파 등을 돌며 재수학원을 알아본 배경이다. 대부분의 재수학원은 한 달 수강료만 250만 원에 달했다. 대치동의 유명 학원은 350만 원이 넘었다. A 씨는 “‘킬러 문항’이 없어 사교육 없이도 풀 수 있대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는데 사교육비가 더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 킬러 문항이 없었지만 매우 어려운 ‘불수능’이었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조기에 재수를 결심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입시학원들도 이르면 11일 개강하는 재수반의 홍보에 나섰다.
● 재수생 모집 속도 작년보다 빨라
10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재수학원 등록자 증가 속도가 지난해보다 50% 이상 빠르다고 한다. 보통 재수학원은 정시 합격자가 가려진 2월 중순 이후부터 시작된다. 그 전인 12월부터 개강하는 반은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이 반에 대한 수험생들의 관심이 높다. B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10명이 왔다면 올해는 벌써 15명 왔다. 모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등록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어도 문의는 정말 많다”고 전했다. 최근 2, 3년간 독서실에서 자습하며 원하는 과목만 학원을 찾는 ‘독학 재수’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수능이 어렵다 보니 “수험생 혼자 대비하기는 어렵다”며 통학 또는 기숙 형태의 재수종합학원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었다.
다음 달(3∼6일) 정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전 일찌감치 재수학원에 들어가려는 수험생은 주로 수능 3, 4등급을 받은 경우다. C학원 관계자는 “특히 중위권에는 바로 정시 지원을 포기할 정도로 수능을 망친 수험생들이 꽤 된다”고 전했다.
재수생 또는 반수생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상위권 수험생 중 상당수도 정시에서 소신 지원 후 의대에 재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 응시자 중 졸업생 등 N수생 비율은 35.4%로 현 수능 체제가 시작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 내년에는 이 수치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입시업계는 예측한다.
● 학원들 “킬러 없어도 더 어렵게 가르치겠다”
입시학원들은 “킬러 없어도 더 어려워졌다. 학원에서 새롭게 어려워진 수능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불국어’와 ‘선택과목 간 점수 격차가 더 벌어진 수학’을 내세운다. 한 학원 관계자는 “국어 영역 중 문법이나 문학에 킬러 문항이 있었다고 하는데 정부는 정상적인 출제였다니 ‘이제 이게 정상 난도구나’ 하는 것”이라며 “수험생이 대비할 수 있게 더 어렵게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일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수학 영역 1등급 중 ‘미적분’과 ‘기하’ 선택자 비율은 96.5%로 추정된다. 이 선택과목을 택하는 건 대부분 이과생이다. 반면 문과생이 주로 택하는 ‘확률과 통계’ 선택자는 1등급의 3.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문과생에게 미적분이나 기하로 전환해 재수하라고 권유하는 재수학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학원 관계자는 “예전엔 수학 선택과목 갈아타기는 신중하라고 했는데, 확률과 통계와 미적분 간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11점까지 벌어지니 문과생도 다 미적분으로 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학부모는 “재수학원 한 달 학원비가 한 학기 대학 등록금에 육박한다.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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