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범 수갑 채운 형사 vs 도주 길목 알아낸 경찰, 누구 공이 더 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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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11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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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수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본부장. 2023.4.20/뉴스1
우종수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본부장. 2023.4.20/뉴스1
범인의 동선을 정확하게 예측해 낸 경찰과 달아나는 범인을 몸을 날려 검거한 형사 중 누구의 공이 더 클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특히 ‘1계급 특진’이라는 포상이 걸려 있는 사건이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하나의 기준을 제시했다. 체포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체포하기까지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우 본부장은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옛날 같으면 ‘수갑 채운 형사가 (특진) 임자’라고 했지만 검거팀은 제보가 왔을 때 범죄자와 물리적으로 가까웠던 팀일뿐”이면서 “이번 사건에선 제보자와 유대관계 등을 형성한 전담팀이 주공으로 선정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또 김길수 검거 과정에서 수갑을 채운 현장 경찰관 대신 정보제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경찰관이 특별승진한 것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결과를 뒤집을 만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진을 둘러싼 경찰 내부 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논란은 지난 10월6일 의정부경찰서가 오후 9시24분쯤 김길수를 검거한 시점에서 촉발됐다. 김길수는 같은달 4일 오전 6시20분쯤 안양시 동안구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진료받다가 “화장실에 가겠다”며 수갑을 푼 사이 옷을 갈아입고 도주했다. 김길수는 지난 9월 피해자를 속여 7억4000만원이 든 현금 가방을 들고 달아난 혐의로 20일 구속 기소됐다.

김길수를 붙잡은 다음날 경찰청은 검거 유공으로 의정부경찰서 A경사와 안양동안경찰서 B경장을 각각 경위와 경사로 특진 임용했다.

A경사는 김길수가 연락할 만한 인물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아서 특진 대상이 됐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김길수가 해당 인물에게 전화하자 A경사는 이를 포착하고 팀원에게 정보를 전달했고 이 정보를 토대로 출동한 형사들이 현장에서 김길수를 체포했다.

하지만 특진 임용 이후 3일 뒤인 지난 10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김길수 잡아 특진, 현장에서 검거한 형사는 버림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쓴이는 “현장에서 검거한 형사들은 주공자, 정보제공자는 조공자”라며 “주공자는 특진을 못했고 조공자는 특진했다. 순서가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특히 김길수가 도주하는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체포자의 공로 역시 적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여기에 김길수가 전화했을 당시 A경사는 김길수의 다른 지인 C씨를 감시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길수는 C씨가 일하던 가게의 유선전화로 연락했고 이 전화기에 표시된 전화번호를 전파한 것도 다른 사람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의정부경찰서는 검거 당일만 다른 지인과 있었을 뿐 A경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고 해명했다. 또 경찰청에서 김길수 검거 특진 계급으로 경위 정원(TO)을 해당 팀에 배정했는데, 가장 공이 큰 해당 팀에는 경위로 승진할 수 있는 경사가 A경사밖에 없어 특진 대상자가 됐다는 해명도 내놨다.

우 본부장은 “특진 인원과 계급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정부서 자체에서 주공과 부공을 나눴다가 이후 특진인원과 계급이 결정되면서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진자 선정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우 본부장도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우 본부장은 “향후에는 이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특진자 선정에 있어 구체적 절차나 가이드라인을 내려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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