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청년 돕는 리커버리 야구단… SK 감독 지낸 이만수 이사장이 운영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종합대책 추진
청년 고립감 22%, 우울감 39% 개선… “협동-배려 배우고 사회성 높여줘”
“입단식 때 웃지 않고, 눈 마주치는 것조차 피하던 청년들이 야구를 하며 웃음과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65·전 SK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2019년부터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 진출을 돕는 ‘리커버리 야구단’을 운영해 온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 이사장은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야구를 하며 함께 어울리는 과정에서 협동심도 생기고 스킨십도 자연스러워지더라”며 “사회가 나를 받아준다는 믿음과 나도 사회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게 야구단의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리커버리 야구단은 2021년부터 서울시의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과도 협업하면서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 “실력보다 희생, 배려 가르쳐”
리커버리 야구단은 올해의 경우 3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경기 남양주시 다산수호 야구장에서 3시간씩 운동을 했다. 포수 출신인 이 이사장은 권혁돈 감독 등 3명과 함께 아이들을 지도했다. 야구 실력보다 야구의 5대 정신인 ‘희생, 배려, 협동, 인내, 예의’를 가르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한다.
권 감독은 “(고립은둔 청년은) 누군가 자신을 칭찬해주고 인정해준 경험이 적다 보니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서로 배려하고 협동할 때 더 칭찬하고 격려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끌어내려 노력했다”고 했다.
이 이사장과 권 감독 등의 진심에 청년들도 점차 마음의 문을 열었다. 8년간 고립은둔 생활을 했다는 용모 씨(29)는 “리커버리 야구단에 참여하면서 스스로가 나아지는 게 느껴진다”며 “비슷한 경험을 한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이 생겨 사회복지사 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고립감·우울감 대폭 개선
서울시는 리커버리 야구단을 포함한 ‘고립은둔 청년 종합대책’을 추진 중이다. 종합대책에는 고립의 정도와 유형에 따라 한강 수상 스포츠 활동, 식습관 개선 등 건강관리, 기업 파견 인턴십, 미술치료를 통한 정서 회복, 소그룹 자조모임 등 약 40개 이상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포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청자 1119명 중 상담 결과 등을 검토해 558명에게 프로그램을 지원했다”며 “참가자들의 고립감은 평균 67.7점이었지만 프로그램 참여 후 52.8점으로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울감도 평균 23.7점에서 14.5점으로 39%가량 줄었다. 자기효능감의 경우 평균 23.4점에서 27.8점으로 19% 향상됐다.
집에 있던 청년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회활동에 나서게 된 사례도 생겼다. 서울시에 따르면 참가자 48명은 프로그램 참여 후 3개월 이내에 취업에 성공했다. 그 밖에도 46명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14명은 진학에 성공했다.
서울시는 11일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고립은둔 청년 성과공유회’를 열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시는 올해 사업 성과를 분석해 내년에 전담센터 구축 등 사업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성과공유회에서 “고립은둔 청년들이 활력을 되찾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기회를 얻었다는 소식을 듣고 흐뭇했다”며 “한 명의 고립은둔 청년이라도 더 자립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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