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국가과제 서류 위조해 보조금 수십억 ‘꿀꺽’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12일 11시 06분


4개 정부부처 보조금 41억 가로챈 2명 구속 송치
국가 지원금 13억 챙긴 알선 브로커도 구속 송치

청년 고용과 정부 과제 사업 참여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해 고용노동부 등 4개 정부 부처로부터 보조금 수십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과제사업 수요기관으로 참여한 담당 공무원은 가족을 부정수급 업체에 취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보조금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모 업체 대표 A(30대)씨와 회장 B(60대)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일당 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또 수뢰 혐의로 수요기관 담당 공무원 C(50대)씨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청년고용 및 정부과제 등 19개 국가과제사업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하고, 120여 명의 허위 인력을 이용해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4개 정부 부처로부터 41억원 상당의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인들의 가족과 친구 등의 명의를 빌려 실제 사업에 고용돼 일한 것처럼 꾸미고,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부터 인건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아 이를 허위 명의자들에게 송금한 뒤 이 중 3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되돌려받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B씨는 향후 수사기관에서 수사 및 자금 추적될 것에 대비해 수익금 중 21억원 상당을 모두 현금으로 인출해 숨기는 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부정수급 신고나 제보하면 직접 찾아가 가족들까지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고, 주변인들에게 금품을 지급하면서 실제 근무했다고 거짓 진술토록 회유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이들 범행과정에서 과제사업 수요기관의 담당 공무원인 C씨는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이 부정수급 업체에 취업시켜 6800만원 상당의 급여를 챙기도록 한 혐의다.

경찰은 일당 5명을 상대로 14억8000만원 상당의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고 밝혔다. 추가로 3건 5억원 상당에 대해서도 추징보전 신청해 법원 인용 결정 대기 중이다.

아울러 부산경찰청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합동 수사를 벌여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 등 각종 지원금 제도를 악용해 허위 근로자를 등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부정수급을 할 수 있도록 알선한 브로커 D(30대)씨를 공인노무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브로커를 통해 보조금 13억7000만원을 가로챈 33개 업체 대표 등 36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D씨 등은 2020년 9월부터 올 7월까지 디지털 업무에 종사하는 청년을 신규채용할 경우 고용노동부의 ‘청년디지털일자리사업’ 지원금이 나오는 것을 악용, 실제로 일하지 않는 지인을 신규로 채용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6종의 보조금 13억7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D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이 어려워진 헬스장 등 영세업체에 먼저 접근해 허위로 지원금을 받을 방법을 알려줘 부정수급에 가담한 업체가 많이 늘어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수사결과를 넘겨받은 부산노동청은 부정수급액의 5배에 달하는 과징금 등 71억 상당을 국고로 환수하는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고용노동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정부 기관에 허위 인력과 위장 사업체의 차단을 위해 ‘일원화된 연구비 관리시스템’을 비롯해 현장인력방문점검 규정 신설과 현장실사를 통한 수행업체 선정 등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복지, 농림·축산 등 다른 보조금 사업에도 부정수급과 알선 등 부정행위가 있는지 첩보를 수집하고, 관계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할 것이다”며 “앞으로 단속뿐만 아니라 부정수급된 보조금을 끝까지 추적하고 국고로 환수될 수 있도록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부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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