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00m 상공 나는데 안전장치 확인 안해… 패러글라이딩 사고 33%가 조종사 과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2일 13시 58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동아일보DB
“와, 하늘로 뜬다!”

10일 충북 단양군의 한 패러글라이딩 이륙장. 국내 패러글라이딩의 명소로 꼽히는 이 곳에선 기자가 지켜보는 약 한 시간 동안 동안 20여 명의 체험객이 조종사와 함께 한 명 씩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현장에 안전통제요원은 없었고, 조종사는 안전벨트 연결 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체험객을 데리고 날아올랐다.

●안전통제요원 규정 유명무실
올 추석 연휴 충남 보령시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던 60대 조종사와 20대 체험객이 추락사한 사건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다른 패러글라이딩 체험장 상당수에서도 사고 예방 조치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고 당시 날개와 몸을 이어주는 안전장치가 연결되지 않았고, 이륙장에 안전통제요원도 없었던 사실을 밝혀내고 업체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8일 검찰에 송치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불과 3년 전 판박이 사고도 있었다. 2020년 5월 어머니, 오빠와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온 20대 여대생은 비행 도중 조종사가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은 60대 조종사가 이륙한 직후 2분 만에 96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고, 홀로 남게 된 것이었다. 곧바로 휴대전화로 구조요청을 한 여대생은 홀로 6분 동안 비행하다 약 2km 떨어진 인근 야산의 나무에 걸려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당시 국토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는 각 지방항공청을 대상으로 “안전통제요원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항공법 등에 따르면 레저용 패러글라이딩 업체로 등록하려면 안 안전통제요원을 1명 이상 임명해야 한다. 또 영업 중 현장에 상시 배치하지 않으면 시정조치 또는 행정처분 대상이 된다. 하지만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자격요건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을 올리고 현장에는 실제로 배치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권한이 있는 안전통제요원이 이륙 전 기상 상황과 장비 착용 여부를 점검하고 이륙 순서만 잘 통제해도 대부분의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운전면허처럼 따기 쉬워”
정부가 관리하는 자격증 제도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체험객을 태우고 패러글라이딩을 하려면 한국교통안전공단(공단)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을 따야 하는데, 180시간 비행기록과 20회 전문가 동승 비행 경험만 있다면 응시할 수 있다. 유효기간도 없다. 공단 실기위원으로 일하는 정모 씨(65)는 “운전면허처럼 따기 쉽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반면 스위스에선 개인조종사 자격증을 딴 뒤 2년간 200회, 50km 넘게 비행하고 추가 시험을 통과해야 체험객을 태울 수 있고 3년마다 비행기록을 입증하지 않으면 자격증은 말소된다.

2020년 전남 보성에서 비행하던 패러글라이드가 전깃줄에 걸려 소방당국이 구조하는 모습. 동아일보DB
2020년 전남 보성에서 비행하던 패러글라이드가 전깃줄에 걸려 소방당국이 구조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간 패러글라이딩 체험객 수는 20만 명에 달하는데 추락사고가 계속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패러글라이딩 추락사고는 42건으로 2018년 6건, 지난해 8건에 이어 올해 11건으로 증가 추세였다. 42건 중 14건(33.3%)이 안전수칙 미준수 등 조종과실로 인한 사고였다.

이 때문에 체험객과 함께 비행하는 조종자들의 안전교육 이수를 의무화한 항공안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자격증 응시요건을 강화하고 일정 주기마다 갱신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의견수렴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주관하는 공단에선 비행경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모바일앱을 개발해 내년 중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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