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의로운 전사’ 정선엽 병장 유족 “떳떳한 죽음…반란군 사과를”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12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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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정규상씨 "잘못 인정 않는 반란군 안타깝다…역사공부 막지 말아야"
신군부엔 "말 꺼내고 싶지도 않다"…모교선 '의로운 동문' 44주년 추모식

“이제는 떳떳한 죽음이지 않겠습니까? 반란군들이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울 뿐입니다.”

12·12 군사반란 당시 신군부와 맞서다 전사한 고(故) 정선엽 병장의 동생 정규상씨는 12일 광주 북구 동신고등학교에서 열린 ‘의로운 동문 고 정선엽 병장 44주년 추모식’ 직후 이 같이 밝혔다.

세 살 아래 동생인 정씨는 “처음에는 금방 살아 돌아올 것처럼 죽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이제는 순직에서 전사로 바로 잡혀졌다”라며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반란군들이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화해 없이 세상을 떴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라고 했다. 정호용·박희도 등 군사반란을 획책한 신군부 생존 인사들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고 싶지도 않다”며 분한 마음을 애써 참았다.

최근 서울에서 초등학생들의 영화 ‘서울의 봄’ 단체 관람이 보수단체에 의해 무산된 데 대해서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역사공부인데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답답한 사람이 많다”며 쓴소리를 했다.

정씨는 고 정 병장의 애국·군인정신을 기리며 고교 동문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 지난 2017년 심은 ‘소나무’를 거듭 어루만지며 회한에 잠기기도 했다.

정선엽 병장은 1956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동신고를 졸업, 조선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한 직후인 1977년 3월 입대했다.

국방부 헌병이었던 정 병장은 1979년 12월 13일 새벽 육군본부 지하벙커에서 후임을 대신해 초병 근무에 나섰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신군부에 가담한 1공수여단 병력이 벙커로 들이닥치자, ‘중대장 지시 없이 총기를 넘겨줄 수 없다’며 끝까지 저항하다 반란군 총탄에 맞고 숨졌다.

이후 정 병장은 부당하게 군 인사법 상 교육훈련 중 사망한 ‘순직자’로 분류됐다. 지난해 12월에서야 국방부 중앙전공상심의위원회에서 ‘전사’로 재분류, 43년 만에 국가유공자로서 명예를 되찾았다.

특히 정 병장은 최근 관객 수 700만 명을 넘긴 흥행 영화 ‘서울의 봄’에서 12·12 군사반란에 맞서다 숨진 ‘조민범 병장’의 실존 인물이다.

최근 영화가 흥행하면서 반란 당시 진압군 전사자 2명 중 1명으로서 정 병장에 대한 관심과 추모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정 병장이 학업을 마치지 못한 조선대도 명예졸업장 수여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 동신고등학교 총동창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모식은 개회 선언, 추모 묵념, 고인에 대한 보고, 추모사, 유족 대표 인사, 헌화 순으로 열렸다.

이노범 동신고 총동창회장은 “정선엽 선배님의 정신을 잊지 않을 때 우리 민주주의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선배님의 행동과 희생은 국민으로서의 책임·의무를 상기시키고 민주주의 가치와 정신을 되살려주고 있다”라며 고인의 군인 정신을 높이 기렸다.

한래진 동신고 교장도 추모사를 통해 “그의 죽음은 정의였다.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불의와 맞서 싸울 줄 아는 의로움이었고, 곧 조국 사랑이었다. 나만 살겠다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따뜻한 마음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독재 혼란 앞에 두려움 없는 민주주의 그 자체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이름과 의로운 행동을 기억하며 숭고한 정신을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겠다”라고 말했다.

추모식은 교정 내 ‘정선엽 병장 소나무’에 유족·동문들이 헌화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이날 오전 정 병장의 고향인 전남 영암군에서도 ‘내 고장 영웅 정선엽 병장 추모행사’가 열렸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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