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돈 된다” 100원짜리 희귀동전 24만개 빼돌린 전 한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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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12일 16시 50분


대전고법. 뉴시스
대전고법. 뉴시스
화폐 수집상과 공모해 희귀 동전을 빼돌려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은행 직원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2일 대전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김병식)는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 전 직원 A 씨(61)에게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폐 수집상 B 씨(47)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한은에서 화폐 교환 업무를 담당하던 지난해 3월 이른바 ‘뒤집기’(지폐를 동전으로 바꿔 특정 연도 발행 동전만 수집하는 것)를 하러 온 B 씨에게 2018∼2019년산 100원짜리 동전 24만 개를 출고해 준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B 씨로부터 “희귀 동전을 팔면 돈이 된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공모했다.

한은은 그해 3월부터 동전 교환 시 제조 주화가 아닌 사용 주화로만 교환해 줬는데, A 씨는 희귀 화폐 거래 시장에서 특정 연도 동전이 액면가의 수십 배에 판매된다는 말을 듣고 특정 연도의 제조 주화를 반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실제 물품 거래 사이트에서 2018년 100원 주화는 액면가의 최고 196배, 2019년 100원 주화는 64배에 거래됐다.

A 씨는 고가로 판매되던 2018~2019년도 제조 동전을 구해달라는 B 씨의 요구에 따라 제조 순서대로 출고하는 규정을 깨고 B 씨가 요구한 동전이 먼저 발행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동료 직원 등 업무 관련 명의의 당좌예금을 개설하도록 하고, 2400만 원을 100원화로 인출 신청해 동전 24만 개를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동전 24만 개를 B 씨 개인 트럭으로 운반하고, 빠진 예금은 계좌이체 등으로 채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시 A 씨는 B 씨에게 1200만 원을 투자했으며 동전 판매 대금으로 5500만 원을 받아 43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B 씨가 A 씨로부터 희귀 동전을 전달받은 뒤 팔아 거둔 이익은 약 1억8000만 원에 달한다.

한은은 자체 감사를 통해 2018∼2019년산 100원 주화가 선물용이나 기념품 등으로 배부된 것 외에 지역본부에서 정상 절차를 거쳐 외부로 출고된 사례는 없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A 씨를 고발했다.

1심 재판부는 “금융기관 임직원의 청렴 의무를 고려할 때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나 이 사건 범행으로 한은이 부실해지거나 경제적 손실을 보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장기간 성실하게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B 씨 측과 검찰은 각각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사업 기회라는 무형의 이익을 두고 뇌물수수의 약속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모두 살핀 원심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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