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교습비는 한 달에 208만원이고요. 여기에 ‘독서실’ 비용은 포함이에요. 교재비는 1년에 두 번 50만원, 콘텐츠비는 이과의 경우 매달 100만원 안팎이에요.”
13일 의과대학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A학원에 재수종합방 수강료를 문의하자 학원 관계자가 밝힌 지난해 수강료다.
이 관계자의 설명을 토대로 A학원의 재수종합반 수강료를 계산하면, 기본 수강료와 독서설비, 콘텐츠(자료)비, 교재비 등 부가서비스 비용을 모두 합해 이과 과정 기준 월 310만원 상당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대 한 학기 평균 등록금(210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비싼 금액이다. 재수종합반이 대개 1월 중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인 11월 중순까지 10개월간 운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에 두 번 내는 교재비를 포함해 총 32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국립대 1년 평균 등록금(420만원)의 거의 8배 수준이다. 자녀 2명이 동시에 국립대를 졸업할 때까지 드는 비용과 맞먹는다는 얘기다. A학원이 매년 수강료를 올려온 것을 고려하면 내년 1월 모집하는 재수종합반 수강료는 더욱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A학원의 한 달 수강료가 국립대 한 학기 등록금보다 비싼 이유는 수강료 이외에 추가되는 비용 때문이기도 하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A학원은 교육당국에 반드시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독서실비와 자체 개발한 주간 학습지 비용인 콘텐츠비를 교습비와 함께 반드시 결제하도록 하는 ‘끼워팔기’를 통해 ‘교습비 눈속임’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수험생들도 이런 방식의 ‘끼워팔기’로 수강료가 치솟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오르비’ 등 수험생 입시커뮤니티에선 A학원의 고액 수강료를 두고 “의대를 가기 위한 재수 비용이 3000만원이 넘으니 ‘금수저’만 할 수 있다”, “다 풀지도 못하는 학습지가 계속 나오는데 돈은 다 내야 하는 실정”, “필수 콘텐츠비, 필수 특강비, 선택특강비 등 지출 항목이 너무 많다”는 반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콘텐츠비를 지불하며 강제로 구매한 학습지를 다 풀지 못해 애물단지가 되자 중고거래 시장에 되파는 경우도 많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전혀 풀지 않아 새것인 해당 학원의 학습지 매물이 쏟아진다.
강의비 외 부가 서비스 비용은 신고 대상인 교습비에 해당하지 않아 교육당국의 단속에서도 사각지대에 해당한다. 정부가 해마다 교습비 초과 징수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 같은 ‘교습비 눈속임’은 방치돼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교육부 요청을 받아 대형 입시학원의 ‘끼워팔기’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조사 결과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학원의 ‘끼워팔기’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경쟁제한성’이 인정되면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경쟁제한성은 한 사업자의 행위가 다른 사업자의 영업이나 경쟁 행위를 방해함으로써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한편 A학원은 최근 입시 실적 과장 광고가 공정위에 적발돼 3억18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A학원의 재수종합반 1년 과정(약 10개월) 학원비 총액을 약 3200만원으로 추산했을 때, 과징금 3억1800만원은 학생 10명 학원비에 불과한 액수다.
공정위 조사 결과 A학원은 재수종합반 원생을 모집하면서 의대 합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재원생 수를 근거로 ‘메이저 의대 정시 정원 2명 중 1명은 A학원’ 등의 문구를 사용해 실제 의대에 진학한 실적인 것처럼 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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