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일명 갈비 사자 ‘바람이’와 동물원을 탈출해 도심을 배회했던 얼룩말 ‘세로’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열악한 시설에서 지내던 ‘바람이’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채 좁은 우리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으나, 7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지면서 몇 달 만에 부쩍 건강해진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회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얼룩말 ‘세로’는 부모를 잃고 혼자 지내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물원이 야생동물에게 적절한 영양뿐 아니라 야생동물 특성에 맞는 사육 환경을 제공하고, 동물의 정서적 불안감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등 복지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사건이었다.
드넓은 자연에서 살던 야생동물이 제한된 공간에서 단조롭게 살아가면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이다. 심할 경우 빙빙 돌거나 깃털을 뽑는 등 이상행동을 한다. 심지어 작년 5월에는 동물 체험 중에 어린아이가 대형 뱀에게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 동물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관람객의 흥미를 위한 상품으로만 동물이 활용될 경우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이다.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예전부터 있었다. 영국은 1835년 ‘동물학대금지법’에 이어 1911년에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해 생명 존중의 정서를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목표로 삼았다. 다만 이들 법은 반려동물과 가축 중심의 제도로서 야생동물의 복지까지 고려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환경부가 동물원 등에서 전시되는 야생동물의 복지를 강화하고자 추진한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14일 시행된다. 그간 동물원은 최소한의 전시시설만 갖추면 쉽게 등록할 수 있었다. 각종 관리 규정도 선언적 수준이었다.
앞으로는 야생동물이 몸을 숨길 수 있는 휴식처나 흙으로 된 바닥재 등 동물 특성에 맞는 서식 환경을 갖추고, 이에 대해 동물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야 동물원 운영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탈출 방지 등 안전 관리, 동물 질병 예방 및 복지 개선 등 구체적인 관리 기준도 지켜야 한다. 동물카페와 같이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는 라쿤이나 미어캣 등 질병에 취약한 포유동물의 전시가 금지되고, 앵무나 거북 등 환경부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선정한 조류, 파충류 등 일부 동물만 전시할 수 있다.
동물원의 목적은 야생동물을 보전하고 그 생태적 습성을 조사·연구함으로써 생물 다양성을 보전함과 동시에 국민에게 전시 및 교육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흥미만을 좇으며 동물원 본연의 역할을 외면한 결과로 나타난 ‘바람이’, ‘세로’ 등의 사례는 이제는 더 이상 발생하면 안 될 것이다.
이번 제도 개선이 야생동물 사육 환경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동물 전시 현장에서의 노력이 필수적이며, 환경부도 새로운 제도의 안착을 위해 현장과 적극 소통할 것이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행복하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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