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아들과 함께 남편 살해한 엄마, “둘째 혼자 남는다” 호소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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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14일 0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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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공모해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수사기관에서는 남편의 상습적인 가정폭력 때문이었다고 거짓 진술한 40대 여성에 대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존속살해, 사체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43)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A 씨는 아들 B 군과 함께 지난해 10월 8일 집에서 흉기와 둔기로 남편 C 씨(50)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A 씨는 C 씨가 잠이 들자 부동액을 넣은 주사기로 심장 부근을 찔렀고, 잠에서 깬 C 씨가 저항하자 B 군이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르고 A 씨는 둔기로 머리를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B 군은 C 씨의 시신을 욕실로 옮겨 씻는 과정에서 시신을 흉기로 훼손한 혐의(사체손괴)도 받는다.

같은 해 9월 18일에도 A 씨는 C 씨와 사업 실패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소주병을 던져 다치게 하고, 같은 달 20일에는 소주를 넣은 주사기로 잠자고 있던 C 씨의 눈을 찌르기도 했다.

B 군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심했고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를 말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고, 당시 참고인 자격으로 진술한 A 씨 역시 ‘남편이 자주 술을 마시고 욕설하며 폭행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하지만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오히려 소주병으로 맞아 상처를 입은 건 고인이었음이 드러났고, B 군은 ‘정강이를 몇 번 맞은 적이 있었다. 아빠가 나쁜 사람인 것처럼 부풀렸다’며 허위 진술이었음을 시인했다.

숨진 남편 C 씨가 사망 사흘 전 작성한 노트에는 ‘눈을 다친 뒤 아직도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고통스럽다’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보면 다시 힘을 얻는다’고 적힌 글귀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안과 진료 후에도 의사에게 ‘나뭇가지에 찔린 상처’라고 주장했고, 여동생에게도 사고로 눈을 다쳤다고 둘러대며 아내를 감쌌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 씨는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고 자신의 언어 장애를 비하한다는 이유로, B 군은 가정불화에 대한 스트레스와 자신의 외모와 성적을 나무랐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1심에서 “A 씨는 남편에게 제초제와 최면진정제, 정신신경용제를 투여하고 가슴을 부동액으로 찌른 데 이어 둔기를 휘둘러 남편을 살해했다. 아들과 함께 잔인한 살인 방법을 계획한 뒤 실행하고도 고인이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인 것처럼 주장해 명예를 훼손하기까지 했다”며 A 씨에게는 무기징역, B군에게는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A 씨는 피해자 C 씨가 사망한 실질적 책임은 B 군에게 있다는 취지로 항변했지만 1심 재판부는 “남편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장기간 준비한 뒤 망설임 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극악무도하며,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고인의 탓으로 돌리는 등 진심으로 범행을 뉘우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B 군에 대해서는 “나이가 어린 소년으로 교화와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부정기형의 가장 중한 형인 장기 15년·단기 7년을 선고했다. B 군은 항소를 포기했고, 검찰도 A 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점과 B 군이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항소를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A 씨는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하면서 “혼자 남겨질 둘째 아들은 사실상 부모를 영영 못 보게 된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피해자와 유족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마땅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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