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으니 혈압이 오르고 두통이 온다고?…“착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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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14일 09시 55분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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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열받으니 혈압이 확 오르네!”

A씨는 오늘도 목덜미를 잡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혈압이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혈압이 오르는 게 느껴질 때면 머리가 지끈지끈 두통도 찾아온다.

이날따라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A씨는 뜻밖의 소견을 들었다. 혈압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 “그럼 이 증상들은 뭐냐”는 A씨의 물음에 의사는 답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습니다.”

혈관에 피가 흐르면서 발생하는 압력을 혈압이라고 말한다. 이때 심장이 혈액을 내보낼 때의 압력을 수축기 혈압(최고혈압), 심장이 확장돼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왔을 때의 압력을 확장기 혈압(최저혈압)이라고 한다.

이 혈압이 정상을 유지하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혈압이 높아지면 결국 혈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여러 병을 초래한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20세 이상 성인 중 약 30%인 1260만명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국민병’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혈압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부분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혈압 오르는 것을 느낀다”거나 “고혈압 때문에 두통이 왔다”는 등 고혈압이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통 병원에서 잰 평균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이 각각 140mmHg, 90mmHg을 치료의 기준으로 본다”며 “가정에서 잰 가정혈압의 경우 이보다 낮은 135mmHg 이상 또는 85mmHg 이상일 때 치료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고혈압은 뒷골이 당긴다든지 두통이 생기는 등 자체적으로 증상을 나타내지 않고 동반된 다른 질병들로 인해 그에 따른 증상이 유발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증상이 있을 때 당연히 통증이나 불편감이 있기 때문에 혈압을 측정하면 혈압이 상승되는 소견들이 많이 발견돼 고혈압과 인과성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혈압 자체는 그런 증상들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고혈압 자체는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여러 합병증을 유발한다. 증상이 없어 고혈압을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곤 하지만 합병증을 막기 위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20세 이상 성인 중 69.5%만이 본인이 고혈압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고혈압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경우는 64.8%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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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을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뇌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나타난다.

오 교수는 “고혈압을 관리하는 주요 이유가 뇌, 심장, 콩팥, 안구 손상 같은 종말 장기 손상 때문”이라며 “고혈압 합병증으로 인한 뇌졸중, 심근경색, 말기 신부전 같은 것들로 발전할 때까지 증상을 일으키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으니 초기에 손상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검사나 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에 따르면 고혈압 합병증은 △증상을 보이지 않는 무증상장기손상과 △증상을 보이는 심뇌혈관질환 및 콩팥질환으로 나눌 수 있다. 무증상장기손상은 엄밀히 말하면 합병증의 전단계다.

무증상장기손상은 △뇌의 영상검사 이상, 초기 뇌졸중 증상 △심장의 좌심실 비대 △콩팥의 미세알부민뇨 및 신사구체여과율 감소 △혈관의 초기 동맥경화증 △망막의 고혈압성 변화 등이 있다.

증상을 보이는 심뇌혈관질환 및 콩팥질환에는 △뇌졸중이나 치매와 같은 뇌 합병증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부전, 심방세동 등 심장 합병증 △투석이 필요할 수 있는 중등도 이상의 만성콩팥병 △대동맥확장증, 대동맥박리증, 다리의 혈관이 50% 이상 좁아지는 말초혈관 질환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런 무서운 합병증을 동반하는 고혈압을 치료해도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전체 고혈압 유병자를 기준으로 혈압 조절률은 47.4%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고혈압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인식 때문에 약을 어지간하면 안 먹고 운동이나 체중 감량만으로 조절을 시도하려고 하는 등 약에 대한 이상한 거부감 같은 것들이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들이 많다”며 “고혈압 원인이 비만이고 체중을 감량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다면 체중을 줄일 수 있겠지만 비만하지 않은데도 고혈압인 경우도 30% 이상인데, 이런 환자는 약을 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혈압이 높게 나왔는데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방치해선 안 된다”며 “혈압을 스스로 조절하려 하기보다는 혈압이 높게 나왔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가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혈압을 관리해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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