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1일 경북 구미시 구미시민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구미 마라톤 동호회원들이 주최한 시주제(始走祭)가 열렸다. 돼지머리와 과일, 시루떡 등 제사 음식을 차려놓고 술을 따르며 한 해 동안 안전하게 달리기를 기원하는 행사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구미갑)도 지역 동호회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주제를 찾아 절을 올리고 돼지머리 입에 현금 5만 원권 1장을 꽂았다. 지역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에 보는 이들도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미경찰서는 구 의원의 행동을 동호회에 대한 불법 기부 행위로 보고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최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공직선거법상 현역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등의 현금 기부 행위는 금액에 관계없이 금지된다.
올 3월 첫 신고를 접수한 검찰은 사건을 경찰에 보냈고, 경찰은 사회 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무혐의로 판단했다. 7월엔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는데, 경찰은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대구지검 김천지청이 재수사 필요성이 있다며 사건을 구미경찰서로 돌려보내자 추가 수사를 진행한 후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여러 판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경기 양주시 이종호 시의원은 수해복구 사업 안전기원제에 참석해 고사상에 절을 한 뒤 돼지머리에 현금 5만 원을 꽂았다가 고발돼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다만 2심에서 벌금 80만 원으로 감형돼 의원직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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