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돌아온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5일 03시 00분


역시 도널드 트럼프(77·사진)입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한 언사가 연일 기삿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선거 유세 중 정치적 라이벌들을 인간이 아닌 ‘해충’에 비유하거나, 이민자들을 향해 ‘미국 혈통을 오염시키는 존재’라는 폭언을 날렸습니다. 사실 트럼프의 이런 거칠고 폭력적인 말들이 새삼스럽지는 않습니다. 정작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1989년 봄, 중국에서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일어납니다. 중국 공산당은 군대를 동원하고 탱크로 밀어붙이며 최소 수백 명을 학살합니다. 훗날 톈안먼 사태로 기록되지만 당시 무지막지한 강경 진압에 전 세계가 경악합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다음 해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힘의 위력을 보여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유명한 기업가이기는 했으나 그때만 해도 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던지라 그의 인터뷰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대통령에 출마한 트럼프는 당시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게 찬사를 보내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후세인이 테러리스트를 죽이는 데 ‘아주 능숙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는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수천 명을 처형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을 ‘대단하다’고 평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듭니다.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은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을 반역죄로 처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상당히 폭력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2020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패배한 대선 결과를 지금까지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 관련 소송을 계속 제기하고 있으며, 2021년 의사당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자신의 지지자들을 ‘위대한 사람들’이라고까지 추켜세웠습니다. 이런 그의 말과 행동은 미국이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역사를 후퇴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트럼프는 이미 4건의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에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어쩌면 그에게 이번 선거는 매우 절박할지도 모릅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의 행정부에서 좀 더 극단적인 정책이 나올 거라는 예상은 기우가 아닐 겁니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불법 이민자 퇴출 계획에 연간 수백만 명 규모의 이민자 추방이나 대규모 이민자수용소 건설, 불법 체류자 자녀들의 출생시민권(현재는 미국 출생자에게 자동 부여) 폐지가 포함된 걸 보면 이런 우려에 대한 근거는 차고 넘칩니다. 더구나 내란법을 근거로 이민자들이 많이 넘어오는 미국 남부 국경과 접한 나라에 군대 동원까지 들먹이는 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돌아온 트럼프는, 어쩌면 이전보다 더 ‘트럼프’처럼 굴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럼프#미국 대선#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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