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교통공사 직원, ‘내부 지적’에도 특별승진…MZ노조 “승진 철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4일 19시 37분


공적서에 평가기간 이전 공적 적어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뉴스1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뉴스1
서울교통공사에서 계약직이 일반직으로 전환된지 4년 만에 시험없이 부장으로 특별승진한 사례가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승진 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부적격 의견이 나왔지만 특별승진이 강행된 정황이 확인됐다. 이 특별승진자는 2022년과 2023년의 공적으로 평가하는 심사에 과거 공적을 기재하기도 했다. 노조 등 직원들은 승진 철회하라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특별승진자 10명 중에는 2015년 9월 계약직 형태의 사업개발분야 전문업무직으로 입사한 A 씨가 포함됐다. A 씨는 입사 후 ‘상가관리 전문위원’을 맡아 상가 개발 계획 타당성을 조사하고, 역별 특화업종을 개발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A 씨는 2019년 12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일반직 4급(차장급)으로 전환됐는데, 전환된 지 4년 만인 이달 특별승진으로 3급(부장급)이 내정됐다. 직원들은 이례적인 ‘무시험 승진’ 사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승진 심사 과정에서 사실상 부적격 의견이 나왔지만, 특별승진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는 이번 특별승진을 ‘2022년 및 2023년 상반기 특별업무유공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올 9월 대상자 추천을 시작으로 경영감사처 검증, 후보자 사전 공개, 인사위원회 심의를 걸쳐 이달 6일 승진 대상자가 결정됐다.

문제는 경영감사처 검증 과정에서 A 씨가 작성한 공적서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다는 점이다. A 씨는 “2016년 국내 지하철 최초로 역사 내 의원을 유치했고, 이 과정에서 규제 해결을 위한 ‘적극 행정’을 실시했다”는 점을 공적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경영감사처는 “공적이 사실이지만, ‘2023년 특별포상 추진 계획알림’에 근거한 공적 대상 기간에선 벗어난다”는 의견을 냈다.

또 경영감사처는 A 씨가 내세운 “규제가 개혁된 후 공사 임대수익을 59억 원을 창출했다”는 공적에 대해서도 구체적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감사처는 “2020년 6월 신당역으로 발령나기 전까지 (해당 업무에 관해) 노력한 점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구체적인 액수는) 문서로 확인 불가”라는 의견을 냈다.

A 씨가 ‘중복 포상’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공적서를 작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는 특별포상 계획을 공고할 때 포상 대상자의 추천 시 유의사항에 “동일 공적에 대한 특별표창 및 각종 타부서 포상과 중복되지 않도록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 씨는 지하철역 내 의원·약국 입점 개선 관련해 2021년 공사 사장 표창을 이미 받았지만, 이번에 같은 공적으로 특별포상 대상자에 포함됐다.

다만 감사처는 A 씨의 공적내용 중 올 6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기관상(단체)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한 공사 관계자는 “개인 표창과 기관상도 (공적 기간이 지난) 지하철역 의원 유치 사업 관련으로 받은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사처가 인정한 공적은 없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A 씨의 승진 절차에 대한 공사 내부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다수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이뤄진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는 A 씨의 승진 과정에 문제제기를 하며 사옥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며 ‘승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승진 대상자가 아닌 인물을 특별승진자에 포함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측은 “후보자 개인이 대상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공적조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어 감사처가 이를 심사해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며 “감사처에서 공적으로 인정한 국무총리 기관 표창과 행안부 개인 표창만을 가지고 심사한 결과”라고 밝혔다. 중복 포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거 사장 표창과 달리 이번 승진 공적은 정부 기관상을 받은 데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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