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환자 3.5만명… 4년새 15%↑
10만명당 환자, 전남이 서울 2배
응급의료 인프라 차이가 영향 미쳐
CPR 실시율 높으면 생존율도 높아
똑같이 심장이 멎어서 쓰러져도 전남에선 살아날 가능성이 서울의 절반도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런 지역 격차는 최근 2년 새 더욱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비수도권 농촌 지역에서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지역 응급의료 인력을 보강하는 것 못지않게 고령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서울-전남 심정지 생존율 격차, 2년 새 1.5배→2.2배
14일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이 국가손상정보포털에 공개한 ‘2022 급성심장정지조사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9구급대가 이송한 급성 심정지 환자는 총 3만5018명이었다. 2018년 3만539명보다 14.7% 늘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심장병 등 기저질환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인구 10만 명당 급성 심정지 환자 수가 서울 49.5명, 전남 99.7명 등으로 차이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보다 지방의 고령층 비율이 높다.
주목할 점은 노인 비율 등 인구 구성을 감안해 결과를 보정해도 지역에 따라 급성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크게 달랐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령 표준화 생존율은 전국 평균이 9.5%였다. 그중 서울(12.8%), 인천(12.1%) 등 도시 지역은 생존율이 10%가 넘었지만 전남(5.7%)과 경북(7.1%), 전북(7.6%) 등 농촌은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17개 시도 중 1위 서울과 최하위 전남의 심정지 생존율이 2020년엔 각각 12.0%와 7.8%로 1.5배 차이 났는데, 그 격차가 2년 만에 2.2배로 벌어졌다.
이는 심정지 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뇌 기능이 회복된 환자의 비율인 ‘뇌기능 회복률’에서도 비슷했다. 제주(10.8%)와 세종(9.3%), 서울(9.1%) 등 상위 지역과 전남(4.3%), 충남(4.6%), 울산(5.2%) 등 하위 지역의 격차가 컸다.
● “농촌 노인들에 CPR 교육 실시해야”
이런 지역 격차엔 응급의료 인프라의 차이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소도시나 농촌은 119안전센터나 응급실을 갖춘 병원이 대도시만큼 밀집해 있지 않아 이송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응급실을 1시간 내 이용한 비율은 서울(90.3%)과 인천(86.7%), 경기(77.6%) 등 수도권에 비해 전남(51.7%)과 경북(53.4%), 강원(55.8%)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심정지 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더 결정적인 요인은 ‘일반인 CPR 실시율’이다. 지난해 119구급대 도착 전에 CPR을 받지 않은 경우엔 생존율이 5.9%에 그쳤지만, 목격자가 CPR을 했을 땐 12.2%로 치솟았다. 실제로 일반인 CPR 실시율이 높은 대구(45.6%)와 서울(44.9%), 세종(39.7%) 등에선 환자 생존율이 비례해서 높았던 반면, 전남(13.1%), 충남(15.0%), 울산(16.0%) 등은 생존율이 낮았다.
이는 학교나 군대에서 CPR을 배운 젊은층과 달리 농촌 노인들은 그럴 기회가 적고,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별도 교육을 위한 예산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농촌 노인 대상으로 CPR 교육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제주는 인구 10만 명당 급성 심정지 환자가 104.2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 종합병원은 6곳밖에 없다. 그런데 급성 심정지 생존율이 12.5%로 서울에 버금간다. 갈 병원이 몇 곳 없으니 역설적으로 환자가 ‘표류’하지 않고 곧장 이송돼서 목숨을 구했다는 뜻으로, 명확한 이송 체계가 중요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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