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를 혼자 해결하는 만 65~74세 이상 노인이 홀로 식사하지 않는 경우보다 더 빨리 늙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혼밥’이 개인 선호 이외 사회 변화를 반영한다고 알려진 가운데 홀로 식사하는 노인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한국보건정보통계학회에 따르면 남진영 을지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교수 연구팀은 질병관리청에서 2014~2019년 진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만 65세 이상 노인 9031명 설문 분석 결과를 학회 학술지 최근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대상으로 혼밥 빈도와 노쇠 간 관련성을 분석해 혼밥이 노쇠의 위험 요인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려 했다”면서 “연령별, 성별로 혼밥 빈도와 노쇠와의 관련성에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 사회적 지지 기반의 정책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1년간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가 3㎏ 이상 △근감소증 기준에 맞춘 악력 감소(남성 26㎏ 미만, 여성 18㎏ 미만으로 감소) △걷기에 다소 지장이 있거나 종일 누워 있어야 하는 경우 등 총 5가지 항목을 노쇠의 기준으로 간주했다.
그중 0~2개에 해당하는 경우는 ‘노쇠 전 단계군’, 3개 이상 해당하는 경우를 ‘노쇠군’으로 구분했다. 최근 국내 연구 등을 통해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 18.7%가 노쇠하다는 결과는 나온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설문응답자 9031명 중 1590명(18.3%)이 노쇠군에 해당했다.
연령에 따른 노쇠 유병률은 65~74세 노인 5311명 중 597명(11.2%), 75세 이상 노인 3720명 중 993명(26.7%)이었다. 연구팀은 “회귀분석 결과 혼밥 빈도와 노쇠의 관련성은 유의하지 않았지만 혼밥 빈도와 노쇠 관련성에서 연령과 성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만 65~74세(전기노인)의 경우 혼밥하지 않는 경우보다 세 끼 혼밥한 경우가 1.4배 더 노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만 75세 이상(후기노인)에서는 유의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또한 만 65~74세(전기노인) 중 남성의 경우 혼밥 빈도와 노쇠의 관련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여성의 경우 혼밥하지 않는 경우보다 세 끼 혼밥한 경우 1.5배 더 노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노인에게 ‘혼밥’은 사회적 관계의 쇠퇴와 고립을 반영하거나 더 나아가 이를 확대하는 역할”이라며 “노인은 함께하는 식사에 대해 소속감, 사회적 지원, 사회활동으로서의 긍정적인 감정을 갖고 의사소통의 기회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현재 한국 노인이 전통적인 성역할 규범에 강한 영향을 받은 세대이므로 혼밥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노년층에서는 여성 1인 가구가 남성보다 3배 이상 높고 특히 사별로 인한 1인 가구 비중이 높다고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중년기에 남편과 함께 식사하던 여성이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사별 등의 사유로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만 65~74세(전기노인) 여성의 노쇠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했다.
연구팀은 “노년기의 ‘혼밥’이 노쇠에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노인의 노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독거노인을 지원하는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지역 공동체를 중심으로 공동부엌 사업이나 노인 방문 건강관리사업 등을 고려해 볼 때”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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