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대전 지하철 정부청사역에 있는 유실물센터. 지난해 8월 입사한 이정형 역무운영팀 주임(26)은 창고 구석에서 배터리가 다 닳은 200kg짜리 전동 휠체어를 낑낑거리며 끌고 왔다. 이 주임은 “유실물은 우산이나 카드 종류가 많은데, 전동 휠체어가 들어와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전동 휠체어는 11일 시청역 대합실에서 발견됐다. 이곳에는 지하철 내부나 1호선(판암역∼반석역) 22개 역에서 발견된 각종 유실물이 모여 6개월 동안 보관된다. 19㎡(약 5.7평) 물품보관소 창고에는 현금, 귀금속,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 망가지고 해져도 6개월 보관
창고에는 유실물 보관 상자가 월 단위로 분류돼 철제 선반 주변에 잔뜩 놓였다. 지난해에는 총 4072개, 올해(1∼11월)는 물건 4737개가 주인을 잃어 이곳에 왔다. 이 가운데 39%(1859개)는 우산이다. 이어 카드(1394개), 지갑·가방(835개), 전자제품(454개) 순이다. 시계나 귀금속 같은 귀중품도 18개, 현금도 89개나 접수됐다.
유실물은 종류와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대우가 다르다. 신분증이나 서류, 현금, 귀중품, 지갑 등은 자물쇠가 달린 보관장에 따로 넣는다. 정부대전청사 식권(6500원)도 유가증권으로 분류돼 보관장에 들어 있다.
일부러 두고 간, 사실상 쓰레기나 다름없는 것들도 있다. 이 주임은 “최근에 검정 비닐이 실린 유모차가 발견됐다. 안에는 배추 이파리 같은 김장 쓰레기가 들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 떨어진 골프채 가방, 망가진 가전제품 등도 있었는데 유실물이기 때문에 6개월 동안 보관한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다가 적발되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먹거리는 골칫거리다. 과일, 고기 같은 신선 제품은 냉장고에 보관해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상하면 보관 기간(6개월)에 상관없이 폐기한다.
● 6개월 후 경찰로 인계 국고 귀속
올해 주인 품으로 돌아간 유실물은 1880개다. 전체 유실물(4737개)의 39.7%다. 최근 정부청사역 여자 화장실에서 40대 여성이 잃어버린 금반지를 역무원이 찾아서 돌려줬다. 지난달 지족역에서는 선로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꺼내 주인에게 전달했다. 이채원 역무운영팀 부장(51)은 “승객이 사업 문제가 걸려 있다면서 울고 계셨다. 지하철 운행 시간이었지만, 관제 승인을 받고 선로로 내려가 꺼내드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인에게 돌아간 유실물 외에는 6개월 보관 기간이 지나면 처리 권한이 있는 대전경찰청으로 인계된다. 다만, 돈이나 카드 같은 현금성 유실물은 한 달 단위로 경찰로 넘어간다.
경찰은 상품성이 있는 유실물은 따로 빼서 전문 감정평가사(2명)에게 가치를 의뢰한다. 이후 공매 포털 온비드에 올려 국고로 귀속한다. 경제적 가치는 떨어져도 쓸 만한 것은 지역 비영리단체나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다. 나머지는 전문 업체에 넘겨 폐기한다.
지하철을 이용하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역무실이나 종착역에 신고하면 된다. 언제 어느 역에서 타고 내렸는지, 몇 번째 칸이었는지 등 정보가 많을수록 좋다. 경찰청 유실물 홈페이지(www.lost112.go.kr)에서도 물건을 검색할 수 있다. 유실물센터는 평일(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 있고, 물건을 찾을 때는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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